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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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대중적으로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분야는 아닐 것이다.

나 또한 이과 분야에 종사는 하지만 생물학 계통이지, 화학이 직접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라고 여겼었는데, 요즘 들어서 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내 분야에 어느덧 연륜이 쌓이다보니, 공부하다 보면 점차적으로, 그리고 전보다 자주 드는 생각이 'Why?' 이다.

얼마 전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지식들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글 한 줄을 읽다가도 머릿속은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빠져서, 구글링을 하고 pubmed 를 찾고 하며 나도 모르게 hypertext, hyperlink 짓을 하고 있다.

결국 내 분야는 back to the basics 경향을 가질 수 밖에 없고, 화학, 물리, 수학 쪽으로 약간씩 기웃거리게 된다. 물론 다 까먹어서 기웃거린다는 표현 조차 부끄러울 수준이지만.

특히 내과는 이들 중에서 화학(정확히 말해서는 생화학과 유기화학)쪽으로 기웃거릴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어느틈에 과거에 외웠던 주기율표를 다시 암송해 보게 되고, 생화학과 화학 교과서를 뒤적거리게 되며, 각종 mechanism 에 이들 원리들을 적용시켜서 다시금 이해해 보려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전공 이외의 독서 대상도 그런 쪽으로 쏠리게 되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 사진을 보니.. 약간의 개인적 편견으로 보자면 전형적인 nerd 의 외모이다.  미드 '빅뱅 이론'에서 배역 하나 쯤은 맡을 것 같은 그런 외모.

과학 계통에 종사하고 이렇게 덕후스러운 글을 쓸 정도라면 어느 정도는 nerd 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추정한다.


제목은 '사라진 스푼'인데 엄밀히 말해서는 정확한 번역은 아닌 것 같다.

본문에 나오지만, 사라진 스푼은 갈리움(Ga)으로 만든 수저다. 

13족 원소들인 비알가인틀(B, Al, Ga, In, Tl), 즉 알루미늄과 사촌지간이기 때문에 갈리움 또한 알루미늄의 외양을 가지고 있다.

다만, 섭씨 29.8도에 녹기 때문에, 찻물에 갈리움 수저를 담그면 스스륵 녹아버리는 데서 나온 제목이다.

원제는 Disappearing spoon 인데, 좀더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일단 정해졌으므로 예외 없이) 녹기로 예정되어 있는 수저'가 더 맞을 것 같긴 하다. 


주기율표를 큰 틀로 해서, 각각의 자리를 차지하는 원소들에 얽힌 각종 일화와 역사들을 재미있게 기술하고 있다.

전쟁사도 나오고 개인사도 나오고 하지만, 큰 흐름은 결국 화학에 얽힌 과학사이며, 나름 남들에게 가끔씩 들려주면서 으스댈 수 있는 과학사의 뒷이야기들을 채집해 놓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같다. 


다만, 초반에 진입 장벽이 좀 있다.  화학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게 좋다.

- 주기율표를 어느 정도는 암기하고 있어야 하고 

(사실 금방 할 수 있다..

http://blog.naver.com/mogulkor/221051214449  참조), 

전자 껍질과 orbital theory 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이해 (s, p, d, f 스핀 같은것..), 산화와 환원에 대한 기초 등이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지, 안 그러면 초반 50여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던지기 쉽다. 이 고비만 넘으면 재미있는 옛 이야기들이 펼쳐지며 충분히 보상 받으니까, 조금만 초장에 고생 좀 하시고 이 책을 시작하심이 어떨까 한다.   

여하간.. 세상에 만만한 것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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