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추흥망 : 청나라 - 중화의 황혼 천추흥망 8
쉬홍씽 지음, 정대웅 옮김 / 따뜻한손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1. 연말 택배대란 때문에 무려 열흘이나 걸려서 간신히 손에 넣은 책. 
2. 난 중국 역사 중에서 청나라가 가장 궁금했다. 얼핏보면 만주족으로 대별되는 야만 오랑캐들이 세운 나라라서, 교양 넘치는 잘나신 한족들의 나라인 명이나 송나라보다는 뽀대가 나지 않을 것 같은 선입감이 있었다. 그러나, 역대 중국 왕조들 중에 진정한 세계 최강국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정적으로... 김용의 괴물같은 대 장편소설 '녹정기'를 읽게 된 것이 청나라에 비교적 긍정적인 호기심을 갖게된 계기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누르하치에 대한 궁금증과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시기에 대한 관심.
3. 그런데 희한하게도 청나라 초기에 대해 다룬 서적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더라고..
4. 이 천추흥망은 현재 중국에서 내로라는 학자들이 8부작으로 기술한 본격적인 역사서라고 한다. 국책 사업이었나? 
5. 항간에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이 우리 민족과도 혈연관계가 있다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아주 근거없는 설은 아닌 것 같다. 초반에 만주족의 약사가 나오는데: 퉁구스 족에서 출발하여 점차 분화해서 여진, 말갈(! 고구려와 발해의 주요 구성원) 등으로 발전해 나간다. 청나라에 앞서서 금나라로서 중원을 먼저 점령한 적도 있었고.. 활동 터전 중 한반도도 꽤 비중 있는 놀이터였다고 하니, 우리 민족과도 분명히 섞이긴 섞였다(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건 아무리 봐도 허구같다). 그리고 누르하치의 등장, 후금 건국, 홍타이지의 활약(거기에 병자호란의 비극도 들어 있다), 청나라로의 개명... 왜 인조를 비롯한 떨거지들은 이다지도 정세파악을 못해서 민중을 도탄에 빠뜨렸는지 정말 열이 받는다(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어보면 더하지.. 아무리 허구지만 홍타이지가 인조에게 '너는 말이다..' 하면서 꾸짖는 대목 보면 혈압 오른다). 
6. 명나라의 멸망 과정을 보면 나라 망하는 루틴은 다 비슷한 것 같다. 명나라가 아무리 황혼이었다고 해도, 인재들은 항상 나왔다. 다만, 그 인재들을 탐욕에 찬 기득권들이 견제하고 죽여버려서, 청나라의 침입에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는 것. 그리고 막상 명의 멸망은 청나라 군대가 명 황실로 진군해서 종결된 것이 아니고.... 내란에 의해 먼저 자멸했다는 것. 이러한 상황이 전혀 낯설지 않은게 참...
7. 강희, 옹정, 건륭제 시기가 최고 황금기였음엔 틀림없고, 나라 운영도 분명히 잘하긴 했는데... 민중들의 삶의 질은 바닥 수준이었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로마 제국의 경우도 그렇지만, 역사에서 매우 융성했다고 기술되는 나라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왕족이나 상류층만 그러했었을 뿐이지, 실제 백성들은 그리 행복하진 않았었다는 공통점을 다시 보게 된다. 통일 신라 시절 서라벌 백성들은 매일 숯불로 소고기 구워 먹고,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는 그런 성대는 진정 허구였을까?
8. 이 책에서 가장 꾸준하게 다루고 고찰하는 것은, 그 막강했던 청나라가 왜 서구 열강에게 유린당하면서 멸망의 길을 밟았냐는 것이다. 저자가 가장 중요시한 요인은, 결국은 사상의 자유가 철저하게 차단되었다는 것. 좋은 예로 드는 게 과거시험에서 요구한 조건인 팔고문인데,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정해진 규격대로 답안을 쓰지 않고, 자유로이 혹은 진보적인 견해를 피력하면 불합격되는 그런 틀.. 어차피 입신양명의 시험에 붙으려면 야마에 충실해야 하는 체제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발전적이고 진보적인 사상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것. 이는 위정자들이 일종의 지식 및 언론 탄압의 고단수 방편으로 악용했던 결과. 따라서, 나라에 고난이 닥쳐올 때 지식인과 파워엘리트들이 제대로 극복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도 꽤 신선한 해석인 것 같고, 무엇보다 현대 우리사회에도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다. 아마도 이게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9. 사는 김에 원나라편도 구입했다. 원나라는 역대 어느 중국 왕조들보다 외국 세력에 가장 개방적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70여개 언어가 사용되었다고 하니... 이렇게 open 된 정부는 전무후무했을 것이다. 기병대를 앞세워 정복과 학살을 자행하던 야만족의 나라라는 건 어디까지나 편견이고, 원나라의 진짜 모습을 한 번 파고들어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고보니, 오히려 한족들이 훨씬 폐쇄적이었던 것 같다.
10. 진짜 무서운건... 동북공정으로 상징되지만, 중국인들은 만주족이건 몽골이건 조선족이건 모두 자신들의 카테고리로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발해를 왜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려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무엇이건 다 삼켜버리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에 약간이나마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크게 보면 다 내거... 이것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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