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종전쟁론 - 만주국을 세운 이시와라 간지의 망상이론
이시와라 간지 지음, 선정우 옮김, 홍성완 보론 / 길찾기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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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명정대한 생각을 가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 본성이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어느 한 쪽에 기울어진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표출하게 되면 분명히 반박이 들어오고, 갈등이 생겨서 싸움이 일어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처음에 품었던 생각의 초안은 점점 다듬어져서 오류가 줄어들고 객관성을 가지게 된다. 이게 소위 말하는 peer review 다.  Peer review 를 받지 않은 초안 그대로의 치우친 생각을 편견이라 부르며, 그것이 나름 체계를 갖추면 망상이 된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친 이가 peer review 라는 도전을 받지 않고(아예 차단하고) 추종자들을 거느리며 권력까지 갖게 되면 발생한다. 이쯤되면 그는 나쁜 놈 맞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망상과 신념하에 사람 죽이는 것쯤 눈 하나 깜빡 안하고 해치우니까. 파시즘이 전형적인 예이다.  이시와라 간지는 도죠 히데키에게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용서될 수 있는 이가 아니다. 전쟁을 나라와 나라의 교류로만 보는 편협된 사고 방식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만주사변에서 목숨을 잃었는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오독한 결과가 이렇게 무서운 파국을 몰고 왔다. 결국 미국과 일본이 세계 맹주를 두고 결승전을 한다는 중2병적인 망상을 설파했다는 점에서, 태평양 전쟁을 반대했을 뿐 근본적으로는 일본 군국주의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책은 그의 잘 짜여진 망상을 감상해 보고, 오늘날 일본 우익들, 심지어는 우리나라 우익들이 왜 저런 식으로 사고를 하는지 원점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다.

그리고, 강의록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미있다.  원래 망상이란 것은 그 내용만을 즐겨보면 꽤 재미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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