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 반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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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관심사는 ‘관계’다. 사실 요즘이라기 보다는 내가 살면서 가장 어렵고 또 갈망하는 주제가 아닌가 싶다.
어릴 때부터 내향적이고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먼저 다가오려는 같은 반 친구에게조차 단답형으로 대답하고는 마음 속으로만 살을 덧붙이곤 했었다. 그럼에도 문을 두드려준 친구들이 지금까지 곁에 있는 친구들이다. 물론 그러다 멀어진 친구들도 있다. 그렇게 수동적인 자세로도 친구는 생겼고, 생긴 친구들과는 깊고 넓게 만났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일까, 환경이 바뀌어서일까. 수동적인 자세로는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졌다. 이제와 적극적으로 관계맺음을 해보려니 도대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다.

실금이 가지 않는 관계라는 게 가능할까. 오래 사용한 모든 것들엔 실금이 간다. 지속적 관계와 실금이 없는 관계라는 건 상호 모순적인 개념이다. 83p

언젠가 이유도 모른 채 멀어져 간 인연들이 생각난다. 관계에 수동적이었던 나는 “왜?”라는 질문을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멀어져가는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괜찮은 척 했다. 실금이 두려워 아예 그릇을 꺼내지 않았던 나의 수동성이 오히려 관계의 끝을 가져온 건 아니었을까.

기자 라는 세계는 나와 접점이 하나도 없어서 물음표조차 생기지 않는 분야였다. 처음엔 기자로서의 후회 비슷한 독백에 멀찍이 떨어져 보던 것이, 기자(일) + 여성 + 엄마 가 되자 그렇게 공감이 갈 수가 없다.
타인의 고민에 대해서는 ‘그렇게 고민한다는 것 자체로도 좋은 증거다’라고 말하곤 했지만 정작 내 일에 대해서는 작은 일에도 크게 낙담하고, 그 감정에 파묻혀 하루를, 또는 더 긴 시간을 구덩이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 낙담을 통해 더 나은 길로 나아가려면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봐야 하는 것 같다. 여전히 관계는 어렵지만, 하루치 낙담한만큼 하루치 용기를 낼 수 있기를..

#읽는부너미 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부너미
#그저하루치의낙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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