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물학 - 내 몸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
이은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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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그리고 작가처럼 그 과정에는 시험관 시술이 있었다.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다. 심지어 어떤 지인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말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한 이유는 엄마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시험관 시술을 하는 사람도 많고 티비를 통해 유명인들이 시술을 하는 과정이 공개되기도 하면서 과거에 비하면 시험관 시술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올라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색안경을 쓰고 있고 듣는 사람은 고려하지 않고 마구 내뱉기도 한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 그림책을 선물받았는데 ‘나 태어날 거에요’라는 책이었다. 아이가 생기고 뱃속에서 자라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었는데 나는 조금 난감해졌다. 그림책에서 그리고 있는 과정과는 조금 다른 과정으로 내 뱃 속에 들어온 아이에게는 뭐라고 설명을 해줘야 하지?


저는 아이를 원했고, 그 아이를 얻기 위해 합리적, 합법적으로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감내한 것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학적 도움을 받은 것은 현대 과학 사회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행동이었습니다. (p.25)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융통성 있게 최적의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생명체가 지닌 자연스러움의 본질입니다. 적어도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이 무엇이든, 어떤 방식도 현재 합법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그게 바로 자연스러운 일인 겁니다. (p.26)

‘상급/중급/하급’이라는 단어 대신, ‘조기 성장 배아/일반 성장 배아/후성장 배아’ 혹은 ‘빠른 배아/보통 배아/느린 배아’등으로 바꿔 부르는 게 어떤지 제안하고 싶습니다.(p.56)

첫째에 이어 둘째까지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몰랐던 정보를 책을 통해 알게 되기도 했다. 병원에서도 설명을 해주긴 하지만 처음 듣는 용어를 바쁜 의사들의 말 빠르기로 듣고 있다보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냥 의사를 믿고 가거나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불확실한 기대에 근거해 시도되고 있습니다. 절박한 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지만, 그 지푸라기는 그저 손가락 사이로 흩어질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간절한 이들에게 진자로 필요한 건, 지푸라기를 자꾸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지푸라기를 버리고 손길을 내밀어 주는 겁니다. (p.79)

절박한 이들일수록 어쩌면 필요한게 대단한게 아닐수도 있다. 내가 힘들 때는 아주 작은 손길 하나, 진실 어린 말 한마디가 전부가 될 때도 있다. (이건 육아를 하는 이 순간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


부담을 더 지는 만큼 결정권을 더 가진다는 단순한 경제적 전략이 더 이상 간단하지 않게 된 거죠. 남녀는 서로가 더 손해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이 문제를 현명하게 조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내가 지금껏 이만큼 손해 봤으니 너도 이만큼 당해봐야 한다는 함무라비식 복수심이 아니라, 내가 겪어 보니 이만큼 힘들더라, 그러니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회피할 방법이 없을지 살펴보자는 선행자의 배려심입니다.(p.157)

임신과 출산, 수유는 온전히 여성의 몫이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은 한 팀이 되어야 한다. 서로 누가 더 힘든지 겨룰 일이 아니라 너도 참 힘들지 어여삐 여겨야 한다. 나만 너무 힘들고 나 혼자 다 하는 것 같다는 억울함에 빠져서는 미래를 그리기가 힘들다. (요즘 나의 이야기였다..)

말을 통해 물리적 타격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치열하게 싸울 수도 있고, 심지어 상대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거나 상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저 말로써 말이죠. 그러니 인간은 이 세상에서 유일한 ‘허구를 말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p.184)


나와 다른 이들의 다름과 다양성을 가급적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상대가 정해진 기준을 넘어서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는 단호하ㅔ 대처해 나와 우리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자는 거죠. 적당한 과용과 단호한 제재, 어쩌면 그 균형의 묘미가 인류 생존의 비밀일지도 모릅니다. (p.241)

육아에서도,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여성의 몸, 출산과 관련된 생물학적 접근인 줄 알았는데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인간은, 인간의 생은 하나하나 끊어서 볼 수 있는 단편이 아니고 가늘고 길게 이어져 있는 기다란 선인 것을. 여성이지만 무지했던 몸에 대해서 그리고 삶의 방향과 마지막까지도 그려볼 수 있는 여정이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너무 과학책 아닌가? 싶어 흠칫 놀랐었는데 작가는 그 안에 ‘인간’을 놓치지 않았다. 따뜻한 책이다.

#반짝부너미 를 통해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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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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