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들은 이야기듣기를 참 좋아한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때로는 은근히 화가 날 때도 있다. 수업 중에 정말 중요한 내용이어서 교사가 강조할 때는 신중하게 듣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그들 맘 속에 중요한 학습 내용은 이미 학원에서 다 들었다는 표정도 들어 있기에 나의 화는 거기에 기인하는 것이다.

학원에서는 들을 수 없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나는 그래도 교사로서 숨 쉴 수 있나보다. 아침에 등교하면 수업 전 까지는 동화책을 읽게 하는 것이 학교의 규율이다. 교육청에서 하달해오는 교육방침등이 얼마나 교사의 창의적인 학급운영에 방해를 주는지 모른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담임재량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재량이라는 또하나의 국어 수학과 같은 과목일 뿐이다. 재량시간에 컴퓨터 관련 정보교육을 해라 예절교육을 시켜라 한자교육을 시켜라 등. 아무도 교사를 믿지 않는다. 아니면 너무 교사를 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교사가 끙끙대며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모든 과목 중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담임재량이 아닐까? 휴업일이 있는 주말에 내는 숙제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과제를 내준다.

지난 주말에는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고나서 줄거리를 쓰고 나의 느낌과 부모님의 느낀 점을 써서 학급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도록 했다.

대개는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고 그 결과물들이 올라와 있었다. 담임이 내준 숙제이니 마지못해 한 두 줄의 글을 올린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4,5명 정도는 정말 감동의 글들을 올린다.

그 중의 한 아이의 글을 옮겨 본다.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본 후 나의 느낌과 부모님의 느낌을 써 보라는 과제를 내 주셨다. 나는 엄마와 함께 ‘방가?방가!’를 보았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부탄에서 온 방가라고 속인 방태식.! 방태식은 취업이 안 되는 관계로 외국인으로 속이고 한 의자 제조 공장에 취업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동료들이 쌀쌀맞게 굴었으나 단속반을 물리쳐 한 순간에 영웅이 되는데.. 뒤늦게 안 외국인 친구들의 노래자랑!! 방가도 그 중에 끼게 되는데 그러나 방가의 친구 용철은 외국인을 상대로 가짜비자와 주민등록증 여권을 만들어 준다고 돈을 훔쳐 고향으로 내려가서 식당을 차리려고 하는데 그걸 안 방가는 잡혀간 외국인 친구를 찾아 경찰서에 가서 경찰서장께 부탁을 해서 노래자랑을 하러 갔다. 노래자랑이 끝나고 외국인 친구들을 도망치도록 도와주는 이야기이다.

 

 

나의 느낌 점은 ‘방가?방가!’라는 영화에서 욕이 좀 많이 나왔는데 그것 때문에 좀 불쾌했지만 슬프면서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엄마께서 들려주시는 느낀 점은 조금 길었는데 다음과 같다.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불법이라는 타이틀을 단 불법체류자들이 많다. 힘들고, 어렵고 우리나라사람들이 기피하는 모든 직종에 일하고 있는 외국인들, 이 영화를 보면서 꼭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사람들도 이 영화에 나오는 외국인들처럼 똑같은 경우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참 가슴이 아팠다.

가족을 놔두고 멀리 타국까지 와서 돈을 버는 외국인들, 그걸 미끼로 이용하는 우리나라 소기업인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고, 시간이 있으면 이 영화를 꼭 한번보시라고 권하고 싶고, 다문화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고 하셨다.

우리 나라에서 일하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 나라의 좋은 점을 많이 배우고 자기네 나라로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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