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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평점 :
조선시대에 왕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마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 시대를 살지는 않았으나 책을 통해 접하게 된 궁 안의 이야기들은 정쟁과 암투가 난무하는 곳,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나가게 되는 곳으로 비춰지니 말이다.
이 책에서 조명하고 있는 정명공주는 그런 곳에서 83세라는 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난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그녀는 그런 살벌한 곳에서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그녀가 살았던 시기를 보면 더욱 그녀의 처세가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바로 선조에서 시작하여 광해군, 인조, 효종, 현종, 숙종에 이르기까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과 같은 난을 겪은 시대. 그 때를 그녀는 살아남아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그녀의 이런 삶이 가능했던 것은 그녀가 말하는 바로 '화정'이 답이라고 저자 박찬영은 말한다.
'화정'이란 화려한 정치가 아닌 빛나는 다스림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명공주는 그의 오라버지인 광해군에 의해 궁에 갖혀지내게 되면서부터 자신의 목숨의 위태로움을 알게 되었을 것이며, 그렇기에 그녀는 그녀가 살아가야 할 방법을 알았을 것이다.
이 부분은 저자는 함께 살아가기, 즉 공생이라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관용과 친절과 배려라는 표현을 함께 쓰고 있다.
백성을 아끼는 모습들은 관용이며 친절이며 배려라고 여겨지기에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어야 할 시기에 보여준 그 모습도 과연 공생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조금 의심스럽기도 하다.
귀 닫고, 눈 감으라는 소리는 분명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처세가 그리 바람직하다고만 하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느껴진다.
정명공주는 자신의 후손에게 귀로만 듣고, 말로는 내 뱉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공생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분명 바른 소리를 하는 누군가는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물론 그렇게 조용히 있다고 한다면 명을 재촉하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이 아니라면 제 목소리는 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