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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 (1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이제는 대학교를 졸업한 첫째 아이가 책을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자신이 어릴 때 좋아했던 동화책은 절대 남에게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여전히 그 책들을 시간적 여유가 있고, 마음이 편안한 날이면 펼쳐 읽기도 하고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며 아이만의 에너지를 충전하곤 한다. 그런 아이가 어느날 "엄마, <마지막 거인> 책이 안보여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온 책장을 발칵 뒤집으며 책을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책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벌써 5,6년 전 지금 고등학생인 막내 친구가 엄마랑 함께 놀러와서 빌려가 선 돌려주지 않은 것을 기억했다. 잠시 잠깐 고민을 했으나 말하지 않기로 하고 아쉬워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렇게 이 위대한 동화 <마지막 거인>의 스페셜 에디션이 출간되고, 또 이렇게 좋은 기회로 나의 손에 들어오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 글씨 쓰기 연습을 하면서 이 동화를 필사하고, 그리고 한참 마음 아린 부분에서는 내용을 곱씹고, 그림을 보고 또 보기를 반복했던 그런 동화이니 이런 특별판이 출간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책 속 화자인 나는 마지막 거인의 목소리가 애절하게 귓가에 들린다고 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우리 인간은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누군가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하지만 책 속 나는 결코 용서 받지 못할 실수를 하고만 것이다. 그들의 삶을 몸에 새기며 조용히 자연이 되어 살아가는 거인들에게 인간의 작고 하찮은 욕심은 그 거대한 자연을, 그 웅장한 생명체를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하고 말았다.
감히 가늠할 수 없는 큰 덩치와는 달리 섬세하고 따사로운 그들의 모습에서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인간의 말과 행동들에서 말할 수 없는 쓰라림과 화가 가슴 속에서 일어남을, 그리고 책장을 넘기고 페이지가 더해가면서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통해 프랑수아 플라스는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들을 더 이상은 우리의 욕심으로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것이 책 속 거인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지금 우리가 염려하는 수 많은 거인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눈 앞의 것만을 쫓아가다보면 진정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경솔함은 그들과의 신의를 져버리는 것임을. 우리가 더 이상은 자연에게 배신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또 다른 <마지막 거인> 동화 속 거인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하기에 이 책은 결코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닌 것이며 오히려 어른들이 읽었으면 하고 추천할만한 책이다. 그리고 저자의 그림은 너무도 훌륭하여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혹시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이가 있다면 꼭 읽어보길 권하며, 허락한다면 꼭 소장하고 두고두고 읽기를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