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부재판 - 소송과 한국의 원고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한 28년의 기록
하나후사 도시오.하나후사 에미코 지음, 고향옥 옮김 / 도토리숲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관부재판(시모노세키 재판)은 1992년 부산의 일본군 '위안부' 및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 1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청구한 소송이다. 관부는 한국의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관부재판에 대한 내용이 원고측 주장과 정부측 주장 등으로 상세하게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화나고 슬펐던 적이 또 있나 싶었다. 정말 가슴아픈 구절들도 많았고 읽으면서 너무 속상했다.

책의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제일 중요한 점을 짚어주는데 바로 '근로정신대'와 '위안부'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둘이 비슷한 개념인 줄 알고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둘이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알게되었고 
주변 사람들 중에 혹시 같은 개념으로 알고 있다면 꼭 다른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근로정신대는 노동착취를, 위안부는 성착취를 당한 것으로 둘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근로정신대분들이 성착취를 당한 것으로 오인받고 손가락질을 당했다고 한다(그게 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근로정신대=위안부라는 인식을 다시 확산시킬 우려를 준 점에서 관부재판을 내용으로 한 <허스토리>라는 영화에 대해서 항의하는 글이 초반에 나온다. <허스토리>라는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실제 내용을 주제로 한 영화의 무서움을 알게된 것 같다. 각색과 짜깁기를 거친 내용들이 영화로 나와서 사람들이 그것을 시청했을 때 과연 사람들은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진술 요지를 읽으면서 정말 가슴아팠다.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하니 정신대로 가라고, 가면 중학교가서 공부할 수 있다고 하는 선생님의 말에 끌려간 할머니는 그 어린 나이에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공장에서 노동착취를 당하셨다. 임금은 단 1엔도 없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의견진술 요지는 정말 너무 말도 안되고 참혹하고 끔찍해서 차마 내가 다시 글로 적을 수도 없을 것 같다.

관부재판은 1심에서 일부 승소를 했으나 일본 정부의 항소로 히로시마 고등재판소에서 패소하고, 최고재판소에서 상고를 기각하면서 패소가 최종 확정되었다. 원고 할머니들 대부분이 바람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분들께서 돈을 바라고 오랜시간 재판하고 슬픈 기억을 계속 떠올리며 주장하고 알리셨을까? 그분들이 진정으로 바랐던 건 진심어린 사과였다. 그 작은 바람조차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관부재판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더 많이 더 자세히 알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화나고 슬펐지만 그만큼 더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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