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읽는 내내 구역질이 날 듯 울렁거렸다.
어느 이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말들과
그 말을 삼킬 때, 그리곤 안에 고였을 때 느꼈던 것들이
메스꺼울 정도로 탁월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작품 초반, 다소 복잡하게 쓰여진 인물 관계도는 이야기의 중심부와 그 속성을 같이 한다고 느꼈다.
황현경 평론가의 말처럼 '저 참혹한 삶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차곡차곡 엉켜왔는지를' 우리는
강윤희 씨의 가계를 짚어가며 골몰하기 때문이다.
작가 최은미는 2016년 내내 강윤희를 생각했다고 했다. 길을 걷다가 건너편 횡단보도에서도, 집의 천장과 벽과 침대와 현관문을 보면서도. 그래서 그렇게 강윤희씨는 생생한 병든 몸을 입었나보다.
자신의 유년과 성조숙증에 걸린 딸과 피임 수술을 한사코 거절하는 남편, 이름만 들어도 마음 한 구석이 웅크려지는 사람과 그의 자식이 삶에서 통제를 벗어나 섞일 때
강윤희가 겪는 그 모든 것들은 상황의 특수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보편적인 어두움을, 메스꺼움을, 지옥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강윤희가 가장 외로운 순간은 자신이 왜 그토록 안전한 피임을 원하는지 백은호에게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였다. 백아영이 성조숙증 확진을 받았을 때도, 틱 증상이 왔을 때도 아무도 자신만큼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강윤희는 생각했다. 강윤희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세상 한가운데서 혼자서만 노를 젓고 혼자서만 책임지며 혼자서만 비난받는 것 같았다." p. 69
"하지만 강윤희가 정말로 묻고 싶었던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엄마는 어떻게 세상을 믿을 수 있었던 것인지 강윤희는 궁금했다. 어떤 믿음이 열한 살 딸과 스물세 살 시동생 둘만 남겨놓고 여행을 갈 수 있게 했던 것인지. 강윤희는 살아생전에 그런 얘기들을 엄마와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생각했다." p.74
남편조차 모르는, 자신을 낳은 엄마마저 모르는 비밀을 갖고 살아가는 인생의 홀로 삼키는 약처럼 쓴 외로움과 고달픔을 작가는 참으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책을 읽고 나니 강중식의 울음과, 그 아들 강민서의 기이한 힘을 채우던 시선이 뇌리에 남는다.
다 녹아버려서 흑미만 둥둥 떠있는 눈사람 화분도, 그 흑미가 징그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기억하고 싶은 장면은 딱히 아닌데, 이 책의 모든 장면은 어쩌면 그런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