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의 모험 이야기, 새의 나라
권준형 지음 / 푸른향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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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책장을 휘익 둘러보니, 어른이지만 내 책장에는 판타지로 분류되는 동화나 소설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현실 너머에 있는 환상동화는 판타지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때로는 차가운 현실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판타지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주위 사람들과 격렬한 토론 끝에 판타지의 필요성을 주입(?)시켰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던 <잭의 모험 이야기 새의 나라>, 시집을 펴냈던 작가답게 장면들에 대한 묘사가 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책 속에서 나온 나무새가 슬프게 울자, 나무가 건네는 나뭇잎 날개를 잭이 나무새에게 달아주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 위로 날려 보내는 장면... 아름다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할까, 장면 묘사에 너무 공을 들인 나머지 문장 자체가 지나치게 길어져서 지루함이 느껴진다. 특히 이 책이 아동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로 분류되니까 더더욱.

결론적으로 말하면 캐릭터의 매력과 스토리에 비해 전체적인 책의 만듦새가 아쉽기만 한 책이다. 책의 두께에 대해 놀랐다는 평이 많은 것 같은데, 사실 이 책보다 얇은 판타지 소설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아동만 대상으로 한 판타지를 제외하고). 판타지는 상상만으로 다른 세계를 창조해내는 것이니 양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운명(?) 아닌가 싶은데, 하여튼 그 양을 떠나 활자 크기와 전체 본문 배치가 전체적으로 너무 빽빽하게 느껴져 책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차라리 1,2권 두 권으로 내더라도 활자를 좀 더 여유있게 배치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또 공들인 장면들의 묘사 사이사이에 자연스러운 대화체들을 좀 더 많이 넣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중간 중간 대화체들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부분에 비해, 캐릭터들의 상황과 심리를 작가가 계속 서술해주는 부분들은 몰입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너무 세세하게 설명해주니까 오히려 상상의 여지가 줄어드는 느낌이랄까.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인류의 위대한 유산으로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본격 판타지 소설을 만드는 데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아쉬움들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일곱 살 소년 잭이 친구들과 함께 떠난 모험의 마지막, 자신이 특별한 전사임을 깨닫게 된 잭이 마녀로 인해 위험에 빠진 페테이논 왕국을 구하게 된 그 뭉클한 장면으로 이 책을 기억하고 싶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주인공의 성장과 세계의 구원은, 변치 않을 아름다운 공식이니까.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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