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특별판) ㅣ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평점 :
절판


평소 '독서파'보단 '시네마파'에 가까운 나다. 이번에도 시작은 영화 소식이었다. 호기심에 검색을 해봤더니 웬걸, 원작 소설이 있단다. 굳이 영화를 두고 활자를 읽어야 하나 싶었지만, 알 수 없는 우주의 이끌림(혹은 지름신) 덕에 나도 모르게 책을 결제하고 말았다.

초반엔 역시나 고역이었다. 과학적 디테일이 쏟아지는 페이지를 넘기며 '아, 역시 영화나 기다릴 걸' 하는 지루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지루함은 앤디 위어라는 천재 작가가 파놓은 거대한 빌드업의 입구였을 뿐.

어느 순간 그의 무지막지한 상상력의 궤도에 진입하자, 페이지가 광속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빛의 속도로 줄어드는 남은 페이지를 보며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몰입감을 맛봤다. 이 소설은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던 나를, 어릴 적 밤하늘을 보며 무한한 공상에 빠져들던 그 시절의 소년으로 완벽하게 되돌려 놓았다.


이 작품의 백미는 단연 '유대감'이다. 우주적 대재앙이라는 똑같은 위기 속에서, 전혀 다르게 진화한 외계 생명체와 조우해 소통을 시도하는 과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마침내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그 눈물겨운 우정은 뻔한 SF의 클리셰를 완전히 부수어 버린다. 종족과 행성을 초월한 브로맨스(혹은 에일리언맨스)에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책을 덮고 그토록 기다렸던 스크린 속 세계를 마주했다.

내가 머릿속으로만 끄적였던 우주선과 외계의 풍경을 압도적인 시각 효과로 구현해 준 연출력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와, 이걸 이렇게 표현한다고?" 싶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으니까. 하지만 냉정하게 작품의 '알맹이'를 논하자면, 서사의 촘촘함과 짜릿한 스릴은 원작 소설의 판정승이다. 역시 앤디 위어의 이과식 유머와 텍스트가 주는 서스펜스는 스크린이 온전히 담아내기엔 너무나 거대했다.


이제 내 지갑은 앤디 위어의 다른 작품들을 향해 열릴 예정이다. 마션이든 아르테미스든, 이 인간의 뇌 속을 더 탐험해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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