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건축 Essays On Design 6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쿠마 켄고의 <약한 건축>은 그의 이름과 잘 어울리는 책이다. 쿠마(隈)는 음영, 그늘진 곳이라는 뜻이다. 다크서클도 같은 한자를 쓴다. 그의 책은 그의 이름처럼 20세기의 흐름 속에서 그늘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던 20세기의 건축물을 들추어낸다.

건축과 상관없이 살아온 A양, 웬일이신가
1등보다는 2등을 좋아하고 그늘에 가려진 이야기에 솔깃하지만, 극단적 문과적성에 비건축학도인 A양. 대형서점을 지나가다가 흰 바탕에 소박한 그림, 약한건축이라는 제목을 보고 멈춰선다. 딴에 일본어 좀 안다고 약한 건축의 원제가 '지는 건축'인 것을 알아채자 책에 대한 관심도 급증. '그래서 말인데, 무엇이 지는 건축이라는 걸까?'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책을 펼친다. '안도, 코르뷔지에, 미스 같은 사람들 말고 또 누가 있다고? 저, 그런데 미스가 누구신지 모르겠습니다만ㅡ.' 책은 소박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는 독자의 무식한 부분을 날렵하게 찔렀다. '아, 몰라. 그냥 사.' 독자는 그날의 지출규모에 걱정하면서도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간다.

건축물을 만드는 외부요인들, 혹은 건축을 둘러싼 20세기라는 배경에 대하여
스스로 건축가이면서 저자인 쿠마 켄고는 튀지 않는 건축물, 주어진 상황과 주변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시선은 세상의 조명에서 살짝 비껴난 이들을 향하고 있다. 그가 이름 붙인 '약한 건축(혹은 지는 건축)'은 뛰어난 건축물을 남겼음에도 역사의 한구석에 모셔진 것들이다. 그는 이러한 건축물들의 사례를 하나씩 들어가며 "제한된 프레임 안에서 극도로 아름다운 것을 구축해가는 방법론은 되풀이해서 적과 우리 편을 만든다. '약한 건축'은 무엇인가를 배척하기보다는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는 방법론이다(13쪽)"라고 애착을 보인다. 그가 거론하는 '약한 건축'들에는 전쟁을 비껴나 있었던 데 스타일(De Stijl), 미디어에 무감했던 루돌프 쉰들러, 개인적이고 감각적인 방법으로 근대성을 추구했으나 국제주의 양식에 패배당한 아르데코 등이 있다.
이들이 덜 유명해진 것, 그 반면에 브랜드가 된 건축가들의 차이는 건축 그 자체에 있지 않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 배경에는 20세기라는 시대의 흐름이 있다. 세계대전, 콘크리트, 미디어, 개발 붐과 건축가의 브랜드화, 박람회, 개인의 욕망 충족, 잡지와 사진의 발달, 사진빨 잘 받는 건축물 유행, 뽀샵 원조격 속임수의 등장, 내집마련정책 등과 얽혀 건축은 세상속에 파고들고 또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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