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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고려 왕조사 - 제왕의 나라 고려 역사 읽기
한정수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6월
평점 :
『새 고려왕조사』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고려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흔든다. 고려는 단순히 태조 왕건이 세운 나라가 아니라, ‘제왕의 나라’라는 자의식과 질서를 가진 거대한 왕조였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 설득력 있게 드러난다.
왕조의 시작부터 끝까지, 각 군주의 즉위와 정치, 죽음과 계승, 그리고 왕실이 어떻게 신성성을 구축해 나갔는지를 일관된 시선으로 풀어낸다. 왕건의 출생부터가 이미 예지된 성자였고, 풍수와 도참, 제불신기와 천명에 의지해 자신들의 정통성을 확립하려 한 흔적이 너무나 구체적으로 남아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상징과 정치가 맞물린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문종대의 ‘해동천하’ 인식, 송과 거란으로부터의 존중, 문명과 자존의식이 정점에 달했던 장면이다. 고려가 그저 수세적이고 변방의 나라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그간 왜곡된 고려사 이해에 균열을 낸다. 무신정권, 원 간섭기, 충렬왕대의 부마제후 현실 속에서도 왕조의 체면과 상징은 끝끝내 유지되었고, 그 바탕에는 바로 ‘신성한 왕통’이라는 관념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한 장 한 장을 따라가다 보면, 고려는 단지 오래 지속된 왕조가 아니었다. 천명과 제불, 천령의 가호를 받은 제왕이 다스리는 문명국가였고, 동아시아 질서 속에서 나름의 위상과 자존을 견지한 고유한 정치체제를 가진 나라였다.
왕건에서 공양왕까지, 신화와 역사, 상징과 제도의 결합 속에서 고려는 자신만의 논리와 의식을 끝까지 이어갔다. 『새 고려왕조사』는 바로 그 핵심을 포착해낸 책이다. 고려사를 새로 공부하는 분들뿐 아니라, 기존의 고려사 이해에 갈증을 느꼈던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단언컨대, 이 책은 ‘고려는 어떤 나라였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입체적인 답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