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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ㅣ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21
황지우 지음 / 민음사 / 1985년 10월
평점 :
절판
황지우의 시는 솔직하다. 그래서 시원하다. 하지만 때론 가슴 절절한 아픔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잠든 식구들을 보며]이다.
아내는 티비를 켠 채로 잠들어 있다.
마지막 뉴스 보도,24시
오늘은 아무일도 없었다.
한미 장병15명을 태운 헬기.
합동군사훈련중 동해에 침몰.오늘은 아무일도 없없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아내는 티 비를 켠채로, 아직도 티 비속에서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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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 낳은 아내. 퇴근해보니 그 아내는 티비를 켠 채로 잠들어 있다. 쉴새없이 돌아가는 세상과는 무관해 보이는 아내의 모습이다. 결혼 전의 수줍은 모습도, 신비로운 모습도 찾을 수 없다. 신혼 초 한껏 솜씨를 발휘하여 퇴근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던 정성도, 졸음으로 쫓으며 밤 늦은 귀가를 기다리던 아내의 모습도 찾을 수 없다. 아내는 어느새 우아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소리소리 지르는 아줌마로 변했을 뿐이다. 하지만 시의 끝부분
어느라 네가 죽으면, 내 가슴 지하 수천M에 너를 믿으리
로 끝나고 있다. 고달픈 일상에 찌든 아내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내에 대한 미안함,그리고 사랑이 절절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그 존재에 대한 감사를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 이 시를 읽으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