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 One Punch Man 1 - 일격
ONE 지음, 무라타 유스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원펀맨

 

[기존의 영웅물과는 다르다.] 이 문장은 국내 유명 서점 한줄 감상평에 가장 많이 실리는 내용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어 낸다]라는 진부한 표현에 무색하게 우리는 영웅에 열광한다. 공권력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회의 부조리가 만연했을 때 갑자기 어디에서인가 나타나 악의 무리를 해치고 유유히 사라지는 영웅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묘한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영웅은 존재하지 않기에, 그것을 인식하는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공허하다.

 

이 공허한 마음은 일종의 체념과 밀접하게 연관하고 있다. 현실 사회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정치라고 한다. 정치는 너와 나의 다름 속에서 무디고 더디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속도가 아니다. 비록 과정이 늦을지라도 충분히 합리적인 토론과 대화를 거쳤다면,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공허함은 오늘과 같은 정도일리 없다. 진정 문제는 그 과정의 부조리에 있다. 각종 이념 공세와 효율이라는 선전 도구로 중무장하고 이것을 받드는 각종 언론의 지원 속에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한다. 이러한 불합리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정치에서 이탈하고 일종의 메시아적 존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메시아적 존재의 추구는 여느 사회에나 있지만 유독 건강한 민주적인 사회의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사회일수록 그 열망의 정도가 크다. 메시아의 강림을 원하는 것이 그토록 잘못된 것일까? 혹자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렇게 불합리한 사회라면 차라리 초월적 존재의 힘으로 이 사회를 재구성하면 더욱 좋지 않겠냐는 반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적절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초월적 인물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우리가 정한 민주주의 원칙과 반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와 토론의 과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 대화와 토론의 질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겠지만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함으로서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 내고 그 합의의 결과물을 받아드림으로서 사회는 진보한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민주주의는 과정인 것이다. 비록 우리가 나아가는 길이 항상 올곧은 직선이라고 단정할 수 없겠지만 수많은 부침 속에 결국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신념으로 이 사회는 지탱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특정 초월적 존재의 일방적 지위와 힘은 평범한 다수와 민주사회의 적이다.

 

이 대목에서 사이타마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강함에 대해 제자 제노스가 묻자 사이타마는 ‘ 내가 강해진 비법은 신인류니 개조니 따위에 있지 않아. 매일 팔굽혀펴기 100번, 윗몸일으키기 100번 스쿼트 100번, 그리고 10km 달리기를 3년 동안 매일 빠지지 않고 한 결과이다. 이 과정에서 하루 쯤 빼먹어도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 유혹을 이겨내고 자신을 몰아 붙여 극한의 나를 완성하는 과정. 바로 여기에 나의 강함이 있다.’

 

 원펀맨이 다른 영웅물과 다른 이유다. 그 노력의 결과가 다소 과장되어 보일지라도, 그 과장이 과정을 희미하게 만들지라도 사이타마는 꾸준히 주장해온 것이다. 나의 강함은 바로 노력에 있다고. 우리의 삶,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은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 다소 버거워 보일지라도, 다른 길로 향하는 유혹이 강할지라도 그것을 이겨내는 근기, 노력에 우리의 향방이 달려있다.

‘ 내가 강해진 비법은 신인류니 개조니 따위에 있지 않아. 매일 팔굽혀펴기 100번, 윗몸일으키기 100번 스쿼트 100번, 그리고 10km 달리기를 3년 동안 매일 빠지지 않고 한 결과이다. 이 과정에서 하루 쯤 빼먹어도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 유혹을 이겨내고 자신을 몰아 붙여 극한의 나를 완성하는 과정. 바로 여기에 나의 강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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