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자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 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찬,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것인가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낯짝을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 박힌, 길쭉하고 가늘은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