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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타인들
유이월 지음 / 자유문방 / 2022년 10월
평점 :
유이월의 짧은 소설들은 러시아의 전통인형 마트료슈카와 닮아있다. 인형 안에 또 인형이 있고 또 그 인형을 열면 또다른 인형이 있는 바로 그 인형 말이다. 서른 개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을 이루면서 각자의 이야기가 날줄과 씨줄로 엮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바로 그런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여기 담겨진 이야기는 마치 서른 개의 연작 소설들의 인트로처럼 보인다. 서른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연작 소설로 이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독자적인 이야기가 있는 서른 편의 장편 소설의 첫 몇 페이지 같다. 물론 이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내적 완결성을 가지고 있지만 결말이 열려 있어 독자로 하여금 두드리고 만지고 깨물고 꿈꾸게 한다.
내게는 이 책이 천일야화처럼 삼십 일 동안 밤마다 잠들기 전에 들려오는 목소리 같았다. 천일야화 속의 주인공처럼 그녀도 살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들을 썼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글 한줄 안써도 잘 살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을 써야만 살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종류의 사람이고 그녀도 그런 것 같다. 옆구리에 박혀 있는 고통의 창자국을 확인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