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자들 -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에 관하여
주승현 지음 / 생각의힘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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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시대를 헤엄쳐가는 민족은 자신을 닮은 운명의 개인들을 양산해낸다. 나 또한 그 비운의 그늘에 드리운 쓸쓸한 고드름이 녹여낸 한 방울의 눈물이다. 저자와 같은 탈북자로서 그의 책을 읽을 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쥐어짜는 듯한 아픔이 고인다.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탈북자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에서 광장의 이명준을 거론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탈북민들에게 허용되지 않는광장을 직접 경험했기에, 그 의미가 더 통절히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광장에로의 탈북민들을 방해하는 제도적, 법적 장벽은 없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집단의 여론이, 뭇사람들의 시선이 때로는 더 높고 두터운 장벽이라는 것은 이제 초등학생조차 본능으로 알고 있다. 특히 저자가 불가촉천민이라는 표현까지도 서슴지 않은 탈북민이고 보면 그 시선의 압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러한 시선아래서 탈북민들의 광장은 왜곡된 점이 적지 않다. 사회의 너그럽지 않은 시선은 극단적 소수의 부적절한 행동을 마이너리티 그룹 전체를 매도할 절호 기회로 삼는다. 나는 그동안 두 개의 광장을 사이에서 방황하다 결국 자신만의 밀실로 숨어들어가는 탈북민들을 수없이 보았다. 그러면서 소설 속 이명준이 느꼈을 법한 경계인의 비참함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무언의 장벽을 당당히 넘어서며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광장으로 나가는 용감한 소수의 탈북민들을 보며 작은 위안을 받기도 했다.

 

편견을 이겨내는 것은 많은 시간과 자본과 능력과 아픔을 동반하는 일이며, 이 마저도 주류사회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아량이 없다면 쉽지 않다. 이제 탈북사회도 3만 명이 넘었고, 그들은 각 분야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하나의 구심점을 갖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탈북민사회의 각이한 분파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한 속삭임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탈북민 사회를 대변하는 객관적이며, 상호배려적인 목소리는 언제쯤 나올까하고 기다려보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은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페이지마다 묻어나는 농밀한 아픔을 씹어 넘길 때 그 쓴맛 뒤로 느껴지는 희망, 그것은 역사의 조난자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이다. 그것이 없다면, 저 같은 주제의 책이 어찌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겠는가. 어쩌면 이 책은 3만 명으로 타자화 되어 있는 조난자들의 군상이 사실은 7500, 아니 8000만 우리민족 자신의 것임을 일깨워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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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테레사
존 차 지음, 문형렬 옮김 / 문학세계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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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승의 편지를 저승에 부쳐주는 우체국이 있다면, 이 책에 우표를 붙이면 된다.
사랑하는 동생을 잃은 오빠의 아픔이 재능있는 예술가를 잃은 시대의 아픔과 공명되는 소설같은 실화~
생전에 못 다 나눈 오누이의 대화를 편지로 엮어 테레사의 영전에 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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