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 1982 제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18
최승호 지음 / 민음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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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인식의 힘'이란 시를 접하기 전에 나는 도마뱀, 하면 시인 최돈선을 먼저 떠올렸다. 시인 최돈선은 나의 중학 시절 국어선생님이셨던 분으로, 후에 고등학교 시절 교지 편집부 활동을 하면서 원고를 청탁드렸던 적이 있다. '나는 다만, 뜻 없이 기어갈 뿐이다'라는 제목의 그 글에는 문학을 사막에, 작가를 도마뱀에 비유하고 있다. '나는 도마뱀이다. 나는 꿈꾸는 먹이를 찾아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기어 가야 하는 도마뱀이다. 사막은 끝없이 멀다. 어떤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최승호의 시 '인식의 힘'. 그 부제로 '절망한 자는 대담해지는 법이다-니체'를 가지고 있는 이 짧은 시는 절망에 대한 인식이 곧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앞서 소개한 끝없이 먼, 희망도 없는 사막을 작가가 도마뱀처럼 뜻없이 기어간다고 한 것은 결국, 절망을 바로 인식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 절망 뒤에는 희망이라는, 도약이라는 다른 무언가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인식'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 교지편집부를 했을 때, 우리 학교의 교지를 '인식의 교지'라 명명하고 그럴싸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침을 튀겼던 귀여운(?)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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