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할 때 읽는 철학책 - 여성의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철학의 기술 25
오수민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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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꾸 호구만 되고 나 자신에 대한 자신이 없어질 때, 논리정연하게 말하고 싶은데 횡설수설하게 될 때, 사람에게 상처받고 움츠러들 때..

이 책을 읽기 전, 사는게 만만치 않다고 느낄때면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혼자만의 방에 들어가 그 사실을 잊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하곤 했습니다.

진즉 철학을 가까이 하면 어땠을지.

정말 내 마음을 단단히 하는 철학 코어운동이 필요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챕터 2’착해서 자꾸만 호구가 되는 것 같다면이었습니다.




호구 짓을 안 했으면 착하다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별 거리낄 것이 없겠지만, 착하다는 말에 내가 오히려 발끈하고 마는 것은 어쩌면 내가 종종 호구 짓을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_96p


아무리 겉으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 궁극적인 동기를 찾아 올라가보면 결국 자기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일절 생각하지 않는 진정한 이타주의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다._99p

 

착하다는 말을 가끔 듣곤 하는데, 이럴 때마다 참 기분이 이상합니다.

날 쉽게 보는구나, 난 니가 생각하는 그런 이미지로 남게 되는게 싫어,’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저도 알고보니 호구가 되었던 순간들을 왕왕 겪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나만 휴대폰을 아주 비싸게 샀다거나 같은 물건인데 뒤돌아 서고나면 인상이 강한 사람이나 한마디라도 거드는 사람에겐 더 싸게 팔았던 경우.

대학교 다닐 때 기억이 나네요.

봉사활동과 관련된 교양과목이었어요. 교양과목답게 각기 다른 과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수업이었는데, 당시에 지금 알았다면 절대 맡지 않았을 조장을 맡게 되었지요. 아뿔싸.

당시 제가 나이가 가장 많았고 아무도 나서지 않아 그냥 맡게 된 것이었는데, 역시는 역시나. 학점평가에 들어가는 발표에 거의 80퍼센트 이상을 제가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싫은 소리 잘 못하는 저였기에 기한보다 늦게 자료를 내거나 아예 불참했던 동생들도 있었는데 결국 제가 하게 되었고 전 그렇게 호구가 되었던 거죠. 지금 생각해도 제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 학점까지 깎이면 안되니까 정말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착하다는 말을 들으면 발끈하고 말아요. 이게 제 콤플렉스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마음은 안 그런데 괜히 욕먹기 싫어서라던지, 관계가 틀어지기 싫어서 하는 행동들일 뿐인데 그렇게 판단되어질 때가 있거든요.

철학에서는 심리적 이기주의라고 변호해줍니다.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위라 할지라도 궁극적 동기를 찾아가보면 결국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 그래서 자신의 이익을 일절 생각하지 않는 진정한 이타주의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심리적 이기주의에 따라서 내가 호구가 되었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가 베풀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위로가 되었어요. 당시에 제 성적이 A+이었으니 전 사실 만족했거든요.

굉장한 노력이 있었지만 그래도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이뤄낸 좋은 성적이었기도 했으니까요. 물론 정신승리일지도 모르지만-저는 이제 심리적 이기주의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들. 결국 저를 위로해 주는 건 철학이었네요.

 

그 외에도 좋은 구절이 많아서 깨알같이 필사하면서 읽었습니다.

 

종종 사회속에서 마주한 무례함과 비상식에 치를 떨고, 이때까지 당신이 옳다고 믿어왔던 가치관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정언명령을 생각하라. 이 세상의 모든 이가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 오더라도 괜찮은지 이세상의 모든 이가 서로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하는 세상이 와도 괜찮은지 생각하라. 그렇다면 설령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겪었다고 할지라도 나 자신마저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진심으로 거부할 수 있다. 세상에 나쁜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사람도 있다. 그러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진심을 다하여 그들을 대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도덕을 떨어트리지 않기를._186p


칸트에 따르면 도덕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행동은 오로지 그 행동의 동기가 의무로부터 나왔을 때뿐으로 스스로에게 물어 그 답에 의한 원칙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것. 곧 내 마음에서 울리는 나의 의무가 정언명령이라고 해요.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사람들을 최근에 참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본인보다 어려보이니 반말을 한다던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불편함은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지금까지 다져 온 나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나만 손해보고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 그러나 반대로 나조차도 옳음이 생각보다 잘 지켜지지 않는 순간도 있어요. 그럴 때 그래 난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하는 중심을 잡아주는 것 같아서 이 페이지의 내용을 필사해서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 했어요.

 

 

219p

노동은 마르크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철학적 개념으로 인간이 자연 그대로의 대상을 가지고 그것에 이런저런 변화를 가해 자신만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생산적인 활동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노동이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건 노동이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인간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일 하는 것 외에, 취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재료를 가공해 나 다움이 묻어나는 생산물을 만드는 것.

저에게 있어서도 작가님처럼 요리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가공하고 변형하는 과정을 거치면 그 충족감이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래서 퇴근 후 요리를 하면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낸 나 자신에 대한 선물과 같아서 만족감이 상당합니다.

나 다움의 대상을 만드는 노동은 그것을 남김으로써 나의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면서 나의 한 패러다임을 남기는 일이라고도 생각이 들어요.

그 대상이 무엇이 되든 이 노동은 참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 순간 덜 후회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또 내 행복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정신력을 기르기. 그래서 철학근육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작가의 말처럼

덕분에 철학이 우리 삶에 얼마나 필요하고 윤택하게 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어딘가에서 조언을 구해야 한다면 그것이 오래 축적된 철학이라는 답이 있으니, 기꺼이 이 책을 펼치지 않을까해요. 내 삶의 이데아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 또, 나의 일상과 마음을 단단히 만들어주는 철학을 이제 가까이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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