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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 황혼이 깃든 예술가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 분투기
윌리엄 E. 월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벌써 20년도 넘었지만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를 처음 보았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미켈란젤로라는 예술가에 대해 알게 됐고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마다 그의 작품을 접했다. 살아 있을 때 이미 ‘신과 같은 예술가’라 불리었고 당시엔 정말 드물게도 89세까지 장수하며 죽기 직전까지 대리석을 다듬고 어루만진 사람. 미켈란젤로는 평생토록 본인을 ‘조각가’라 생각했지만 회화, 건축, 거기다 문학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고 그 중에서도 조각, 회화, 건축에서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은 우리가 미켈란젤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작품인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와 피렌체의 ‘다비드’가 아닌 다른 작품에 주목한다. 아마도, 임종하는 순간에도 마음에 남았을 성 베드로 대성당. 신앙심이 깊은 미켈란젤로였기에 더욱더.
저자는 세계적인 미켈란젤로 연구자이다. 이미 미켈란젤로의 전 생애를 다룬 책을 쓴 저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왜 말년의 미켈란젤로에게 이토록 소홀했는가. 가장 유명한 작품이 청장년기에 제작되었고 나이가 든 미켈란젤로는 괄목한 만한 예술적 성과를 이루지 못했기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죽기 직전까지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고 심지어 그 결과물은 역시나 신과 같은 경지에 오른 예술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 그렇다면 미켈란젤로의 말년에도 좀 더 주목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미켈란젤로를 좋아하고 그를 다룬 책을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엔 내가 알지 못한 미켈란젤로의 이면이 있었다. 꼬장꼬장한 외골수, 고집불통 늙은이가 아니라 내 사람에겐 온전한 신뢰와 애정을 주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미켈란젤로를 오해(?)하고 있었단 사실에 조금 미안해질 정도였다. 미켈란젤로가 워낙에 장수했다 보니 그가 아끼고 사랑한 많은 사람들을 앞서 보냈고 그때마다 예술가는 무너져 내리면서도 끝까지 예술혼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읽는 내내 마음 아프면서 경이로웠다. 건축 용어나 방법론이 많이 나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내용이 조금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게 사소한 단점. 아, 얼른 다시 이탈리아에 가서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앞에 두고 싶다. 노년의 미켈란젤로를 만났으니 이제 그의 작품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 같다.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