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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편지 - 제인 오스틴부터 수전 손택까지
마이클 버드. 올랜도 버드 지음, 황종민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10월
평점 :
제인 오스틴, 빅토르 위고, 헤르만 헤세, 조지 버나드 쇼, 레프 톨스토이, 에드거 앨랜 포, 프란츠 카프카...... 쟁쟁하다고 해도 모자랄 정도의 작가들이 쓴 편지를 한권으로 갈무리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가의 편지’는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서간집이 흥미로운 이유는 독자들이 알지 못했던 작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편지 중 가장 오래 전에 쓴 편지는 1499년 네덜란드의 인문학자인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가 쓴 편지이고 가장 최근에 쓴 편지는 1988년 수전 손택이 쓴 편지이다. 그 말은 곧, 책에 실린 편지를 쓴 작가들은 모두 과거의 사람이라는 뜻. 그들의 작품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사람에게 읽혔고 작가 개인의 삶 역시 공개된 모든 자료를 통해 자세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역시 편지는 조금 내밀한 느낌이 있다. 책 속에는 업무적인 내용을 담은 편지도 있지만 대부분 상당히 개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편지 위주라 그동안 몰랐던 작가의 다른 면모가 새삼스레 다가온다. 남자 옷을 입고 당당히 파리 거리를 누빈 여성 산책자인 조르주 상드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주고받은 편지에서 우리는 다정하고 열정적인 할머니인 상드를 만날 수 있다. 피카소와 헤밍웨이가 드나들던 살롱의 안주인 거트루드 스타인은 벗의 어린 아들에게 ‘달달한 케이크와 달달한 캔디를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아,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또한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의 부모인 정치사상가 윌리엄 고드윈과 여성주의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주고받은 편지에는 출산 직전의 긴박한! 상황이 담겨 있기도 하다. 물론 책에는 메리 셸리와 남편 퍼시 비시 셸리의 편지도 실려 있다.
또한 ‘작가의 편지’는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물성을 가진 책 자체로 봐도 아름답다. 본문에 나오는 편지 내용의 일부를 음각으로 새겨 넣은 쨍한 보라색 표지부터 눈에 띈다. 그리고 본문은 왼쪽 페이지에 편지 원본, 오른쪽 페이지에 간단한 배경 설명과 함께 편지 내용의 번역이 실려 있다. 필체와 편지지,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편지도 있어 원본만 쭉 살펴봐도 정말 흥미롭다. 같은 출판사에서 작년에 나온 ‘예술가의 편지’도 편지 한 통 한 통 정말 아껴가며 읽었고 다정한 편지의 내용이 좋아 지금도 종종 들춰보곤 하는데 ‘작가의 편지’도 후루룩 일독한 후에도 두고두고 꺼내 읽게 될 것 같다.
네이버 '컬처블룸' 카페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