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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평점 :
한 달 동안 밀라노부터 시칠리아까지 이탈리아 일주라니! 혼자서 처음 떠난 배낭여행, 스물아홉의 내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과 이토록 닮은 여행.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온갖 실수와 우여곡절이 따라다닌 여정이었겠지. 그런데 귀국해서 되돌아보면 안 가면 어쩔 뻔 했어! 진짜 다녀오길 잘했어, 라며 매일 매일 그리워하겠지.
저자인 이금이 작가님은 내가 작년에 읽은 책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고 만나는 사람마다 추천하는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쓴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이며 무려 내가 태어난 해에 등단하신... 암튼 내가 엄청 좋아하는 작가님이고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문학 대표 작가라고도 할 수 있는 분이다. 여자가 집안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타닥타닥 타자나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고깝고 이상하게 보던 시절부터 글을 써왔고 살림하고 육아하고 그리고 계속 쓰고. 환갑을 앞두고 40년 지기와 떠난 이탈리아 여행은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을 위해 주는 생애 가장 큰 일탈이자 선물이었을 게다.
많은 소설가가 여행기를 썼고 나는 그 여행기를 꽤나 진지하게 읽었다. 그중에서도 ‘페르마타, 이탈리아’는 특별했다. 이토록 젠체하지 않는 여행기는 처음이다. 여행기란 어쩔 수 없다. 역사나 예술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한마디 얻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리 없고 와인이나 파스타를 먹는 데도 종류나 기원을 따지는 글을 쓰게 된다. 하지만 ‘페르마타, 이탈리아’에서 이금이 작가님은 내내 민낯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가 아니라 50대 후반 처음으로 자유여행을 떠난 여행자가 있을 뿐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나의 이탈리아 일주와 닮아 있겠거니, 지레 짐작했는데 아니었다. 책 속에는 우리 엄마가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엄마와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책에선 모녀 여행보다 친구와의 여행이 최고라는 일화가 나오지만 ㅎㅎ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가면 이금이 작가님 삼총사가 꼭 함께 여행을 가면 좋겠다. 그리고 난 언제나 그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