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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 당신이 커피에 관해 알고 싶었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개정증보판
마크 펜더그라스트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평점 :
- 출판사의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에 국가와 농장까지 따져가며 커피를 즐기는 사람인지라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새끼 손톱만한 이 작은 열매에 얽히고 설킨 갈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정확한 숫자나 통계까지 접하니 매일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 커피가 향기롭지만은 않더라고요.
저자는 커피가 인간에게 발견되어 산업이 되기까지의 1천 년이 넘는 역사를 꼼꼼하고 치밀하게 톺아봅니다. 커피를 자주 마시지만 즐기지 않는 사람에겐 조금 지루한 이야기일수도 있어요.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고 미국 커피 산업 발전을 설명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합니다. 생소한 회사들의 각축 자체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고 오히려 커피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외부 요인과 커피가 경제/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흥미진진했어요.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이며 주요 생산국은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대륙에 위치합니다. 반면에 주요 소비국은 이른바 북반구의 선진국들이죠. 커피 생산국은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배를 받던 국가들이었죠. 주로 대농장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원주민의 피(은유적 표현이 아닌 진짜 피)와 땀으로 일궈낸 작물입니다. 식민 지배, 독재, 내전, 자연재해 등 커피 한잔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까지 정말 멀고 먼 길을 돌아와야 했습니다.
다행인 건 공정무역, 노동환경 개선 등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실제로 생산자 들의 삶의 질 역시 향상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산림 파괴, 수질 오염 등 커피 재배에 따른 환경 오염 역시 사람들의 인식 개선과 기술의 발전으로 많이 줄어 들었다고 합니다. 책을 통해 ‘버드 프렌들리’ 커피에 대해서 알게 됐는데 ‘버드 프렌들리’ 인증을 받은 커피를 우리나라에서도 마셔볼 날이 하루 빨리 오면 좋겠어요.
분량이 많아(본문 736쪽) 누구에게나 추천하긴 어려운 책이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내앞에 놓인 한잔이 더욱 귀하게 느껴질 거예요. 책을 읽는 내내 마신 커피가 그랬고 앞으로도 커피를 마실 때마다 많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