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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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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스테어 레이놀즈의 [대전환]은 '탐험 ➡️ 파국 ➡️ 기시감 ➡️ 재시도'의 루프를, '범선–증기선–비행선–우주선'으로 ‘세기’와 ‘기술’만 교체해가며 점층적으로 올립니다. 같은 모티프를 회전시키되, 한 번 돌 때마다 각도는 달라집니다.
그 차이가 서사의 추진력이 됩니다.
읽는 내내 “뭔가 있다, 뭔가 잘못됐다”는 낮은 진동음이 어딘가에서 꾸준히 울리고, 독자는 사일러스 코드의 불안과 각성을 함께 겪습니다.
읽는 동안 저 또한 계속 “무언가 틀렸다”는 느낌을 품고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그 불안은 곧 확신으로 뒤집히고, 다시 의심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레이놀즈는 ‘반전’이 아니라 ‘전환’을 씁니다. 그 차이는 큽니다. 반전은 독자를 뒤통수치지만, 전환은 독자를 다른 좌표계로 옮겨 놓습니다. 그래서 [대전환]의 여운은 세계가 뒤집혀 보였던 감각으로 남습니다.
이 소설이 멋진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에 두 가지입니다.
하나, 미스터리의 밀도.
둘, 과학적 상상력과 인간적 윤리의 결속.
레이놀즈는 천체물리학자답게 ‘가능성의 구획’을 넘지 않습니다.
그 경계 안에서 최대로 실험합니다. 동시에, 이 모든 기묘한 전환의 중심에는 “의사는 사람을 살린다”라는 사소해 보이지만 단단한 윤리가 있습니다.
앨러스테어 레이놀즈는 유럽우주국(ESA)에서 연구 천문학자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하드 SF와 스페이스 오페라의 양 축을 오가며 쓰는 작가입니다.
과학적 설득력에 기댄 정밀한 세계 구축으로 로커스·BSFA·세이운상 등을 수상했고 휴고상·아서 C. 클라크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올랐습니다. 작가 본인도 “오랫동안 유럽우주국 연구소에서 일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어판 [대전환]은 국내 장편 첫 단행본 번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원제 Eversion은 ‘안팎 뒤집기’를 뜻하는 수학·위상수학 용어입니다.
작품 안에서는 이 개념이 플롯의 반복과 변주, 그리고 ‘현실/허구의 전환’이라는 주제의 촉매가 됩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19세기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시작해 '범선➡️증기선➡️비행선➡️우주선'으로 시대를 건너뛰며 확장됩니다.
매 시기마다 주인공 사일러스 코드와 동료들은 ‘균열’ 너머 미지의 구조물(Edifice)을 향해 항해하지만, 다가설수록 파국이 반복됩니다. 이 구조는 “리부트되듯 변주되는 반복”이라는 영어권 평단의 핵심 인상을 정확히 포착합니다.
레이놀즈는 과학적 디테일로 구축한 모험담을 통해 지각의 프레임이 ‘뒤집히는’ 순간을 독자에게 체험시키려 한다고 느꼈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미세한 균열에서 출발해, 죽음과 재시작의 반복이 주인공의 자아 인식을 바꾸는 인지적 전환으로 이어집니다. 이때 ‘전환’은 진실의 좌표를 재배열하는 방법입니다.
현실/꿈, 외부/내부, 과학/신화 같은 이분법이 소설 내에서 계속 ‘뒤집히고’ 다시 봉합되면서, 독자는 어떤 서사를 ‘진실’이라 부를 것인가⁉️라는 질문을 철저히 체험합니다.
앨러스테어 레이놀즈의 [대전환]은 제목 그대로 ‘뒤집힘(eversion)’의 미학으로 굴러가는 소설입니다. 시간이 전진할수록, 독자는 한 겹 더 깊은 진실로 끌려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진실은 단단한 바닥이 아닙니다. 밟는 순간 또다시 뒤집혀, 방금 믿었던 세계를 허구로 만듭니다.
🎈이 반복되는 전환의 감각 — 그게 이 소설의 쾌감입니다.
소설은 매 세기, 같은 목표(‘균열’ 너머의 구조물)를 향해 항해하는 데메테르호 원정대를 보여줍니다. 주인공 사일러스 코드는 늘 의사이자 의무관으로 승선합니다. 처음부터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플리머스에서 태어난 가난한 의사… 네덜란드인 선장이 지휘하는 5등급 슬루프의 한낱 보조외과의”이며, “정녕 내가 이런 길을 가려고 했을까?”라고 자문한다.
- 이 첫 문단은 이후의 모든 반복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내가 왜 여기 있는가’라는 자기의심은,
세기를 건너뛰며 변주되어 돌아오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레이놀즈는 오래 축적한 복선으로 긴장을 만듭니다.
📌“항상 번개가 친다니까”라는 무심한 독백은 세계의 ‘비정상성’을 암시하는 반복음입니다. 정체불명의 항해일지에는 📌“나는 탈출했다. 그것이 돌아오고 있다”라는 다급한 경고가 휘갈겨져 있고, 페이지는 비스듬히 찢겨 나가 있습니다. 텍스트가 물리적으로 깨진 자리만큼, 현실도 틈이 벌어집니다.
이런 조용한 균열들이 겹겹이 쌓여, 독자는 사일러스와 함께 이미 이전에도 이 항해를 했던 것 같은 기시감 속으로 집어넣어집니다.
마침내 그가 고백합니다. 📌“나는 전에도 죽은 적이 있어요.”
이에 대한 답은 냉정합니다.
📌“여러 번 그랬죠. … 당신은 데메테르호의 현실을 직시하려 들지 않으니까요”.
이 소설의 과학적 심장은 '전환(eversion)'입니다.
뒤팽이 집착하는 ‘구면 전환’—구의 안팎을 찢지 않고 뒤집는 문제—는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메타포입니다. 구조물의 규모를 계산하는 장면에서 📌“직경이 500미터 너비만큼이나 높다”는 묘사는, 기하가 곧 공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또한 결정적 장면에서 위·아래가 바뀐 세계가 현현합니다. 📌“발아래로 단단한 땅, 머리 위로 열린 하늘”이라는 상식이 역전되는 순간, 사일러스는 “정신적 뱃멀미”에 휘청입니다. 여기서 ‘전환’은 더 이상 개념이 아니라 체험입니다.
독자 역시 그 어지럼을 공유합니다.
사일러스는 영웅이기 전에 의무관입니다.
📌“나는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창조된 겁니다… 존재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을 구하는 것”. 이 직업윤리는 반복되는 죽음 속에서도 그를 붙드는 기준점입니다.
그래서 중후반, 수많은 ‘버전’ 중 어떤 배가 현실인지 스스로 고정하기 위해 그는 작은 주문처럼 뱉습니다. 📌“이건 진짜야”.
헛것과 진짜의 경계가 흐려지는 세계에서, 윤리는 그를 다잡는 유일한 닻입니다.
후반부에 이르면, 레이놀즈는 독자를 인식의 교란으로 몰아붙입니다.
사일러스는 📌“혼란스럽고 두려웠지만, 완전히 제정신이었다”고 스스로 기록합니다. 이 문장은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의 문장입니다. 결말부에서 그는 마침내 도달합니다. 📌“결국 남은 것은 믿음뿐이었고,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그리고 다른 인물에게 건네는 한 줄의 위로—📌“모든 추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아름다움이 존재했어요”—는 이 소설을 과학 스릴러에서 인간 소설로 승격시킵니다. 거대한 퍼즐이 맞춰진 자리엔, 수식이 아니라 감정이 남습니다.
'범선–증기선–비행선–우주선'으로 이어지는 운송수단의 업그레이드는 지식의 축적과 시야의 확장을 시각화한 구조입니다. 각 시대의 과학수준, 기술 디테일, 항해 감각이 꼼꼼히 고증되어 ‘읽는 손맛’을 만듣니다.
한편으로는 미스터리·고딕·러브크래프트적 정조를 적재적소로 섞어 장르의 에너지까지 끌어올립니다. 그 결과, 김겨울·심완선의 추천사처럼 “게임을 끝낸 뒤 현실로 귀환하는 멀미”가 남습니다—책을 덮고도 황금빛 잔상이 어른거리는 유형의 독서 체험.
진실에 다다르는 길이 흔들릴수록,
지식은 증거로, 사람은 믿음으로 자신을 고정합니다.
[대전환]은
그 두 축이 교차하며 빚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뒤집힘의 기록입니다.
레이놀즈가 보여주는 ‘전환’의 미학은, 거대한 장치와 작은 망설임을 같은 무게로 다룬다는 데 있습니다. 이 소설은 결국 ⁉️“내가 무엇을 믿을 것인가”의 문제로 닿습니다. 믿음이 허구를 현실로 만든다면, 사일러스의 마지막 선택은 그의 ‘대전환’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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