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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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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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신비와 이성 사이를 잇는 다리

🗺 철학이 길이라면, 이 책은 지도다.
사유의 출발점에 서 있는 우리에게 정확한 좌표를 건넨다.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는 철학을 단지 ‘이성의 역사’로 보지 않고, 그 속에 깃든 신비주의와 에소테리시즘의 흐름까지 아우르며 2500년의 지적 여정을 재조명합니다. 철학자 중심의 구성과 쉬운 서술 방식으로, 철학에 대한 이해의 벽을 낮추는 동시에 철학의 진정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깊이 있게 질문하게 합니다.


탁석산은 오랜 기간 철학과 인문학을 대중에 알리는 데 헌신해온 우리 곁의 철학자입니다. 다양한 교양 철학서를 통해 철학의 일상적 의미와 쓸모를 알려왔으며, 방송과 강연 등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는 그의 철학 공부 반세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으며, 단순히 철학 이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철학이 지나온 궤적을 하나의 인식 체계로 통찰하며 풀어냅니다.


책을 읽기 위해 별도의 철학 전공 지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철학자 중심의 서술 방식을 택해, 철학 개념보다는 인물들의 생각과 논의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다만, 서양 철학 전반의 흐름이나 주요 사조(예: 플라톤주의, 실존주의, 분석철학 등)에 대한 가벼운 사전 이해가 있다면 책의 내용을 더 입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에소테리시즘이나 신비주의적 전통에 대한 열린 마음이 있다면 책의 진정한 의도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탁석산은 이 책에서 철학을 ‘이성’만으로 환원하려는 근대적 시도에 의문을 던집니다. 그에 따르면 철학은 오랫동안 신비주의, 신학, 연금술, 점성술 등과 공존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 왔습니다. 18세기 계몽주의 이후 배제되어 온 오컬트적 전통을 복원함으로써, 철학의 역사와 사유의 지평을 더욱 온전하게 되돌려주고자 합니다. 이 책은 철학을 하나의 독립된 학문이 아닌, 시대와 정신을 꿰뚫는 거대한 통합의 길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는 철학사의 흐름을 ‘이성과 논증’의 계보로 읽어내지 않고, 그 이면에 놓인 신비주의·오컬트·에소테리시즘의 맥락까지 섬세하게 풀어낸 보기 드문 철학사 책입니다. 단언컨대, 이 책은 우리가 철학을 단지 ‘합리적 사유’로만 여겨 왔던 태도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물음은,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넘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탁석산은 철학사를 시대별로 여섯 갈래—고대, 고대에서 중세로, 중세, 르네상스에서 근대로, 계몽주의 이후, 현대—로 나누고 각 장마다 철학자 중심의 접근을 시도합니다. 그 방식은 독자에게 친숙하며, 더불어 철학자들의 사유를 시대적 맥락에서 놓치지 않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특장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철학과 오컬트의 동행’을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많은 철학사가 오컬트나 신비주의를 ‘주변부’나 ‘퇴화’로 여겼다면, 이 책은 오히려 철학의 성장을 위해 그것들과의 긴장 관계를 필수적인 요소로 읽어냅니다.


📌“철학자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과 함께 신비 전문가, 연금술사, 마술사, 꿈 해석가라는 뜻도 있습니다”

탁석산 저자는 철학사를 단선적인 ‘이성의 승리’로만 서술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철학이 태초부터 신비주의, 연금술, 마법과 같은 ‘비이성의 영역’과 얽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철학자가 ‘마술사, 연금술사’로도 정의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 그의 문제의식은 이 책의 전반을 꿰뚫습니다.


또한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다이몬 신탁, 플라톤의 데미우르고스 개념을 과도기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철학과 신비가 처음부터 나란히 존재해 왔음을 보여주는 징표입니다. 이는 곧 우리가 알고 있는 ‘합리적 철학사’라는 이야기 자체가 계몽주의 이후에 구성된 하나의 ‘편집된 이야기’라는 성찰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이성과 신비의 공존은 단지 흥미로운 테마가 아니라, 철학사를 다시 쓰게 만드는 근본적인 사유 전환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철학자들 간의 사상 충돌과 계보를 도식으로 요약하지 않고, 독자 스스로가 그 관계를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해석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철학자 간의 비판과 반박을 나란히 보여 주며, 독자에게 사유의 여백을 남깁니다. 이는 곧 독자가 ‘철학사의 소비자’가 아닌 ‘사유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지도와 좌표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 줍니다... 합리론에 가까운지 아니면 경험론에 서 있는지”

책 초반에 “철학사는 나의 사유가 어디쯤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이자 좌표”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 구절은 이 책이 ‘자기 이해의 도구’임을 선언합니다. 이는 저자가 철학사를 고대에서 현대까지 나열하기보다, 각 시대의 정신을 통과해온 ‘인간 사유의 진화’로 조망하려 했음을 보여줍니다.

철학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먼저 나를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정돈하는 행위입니다. 이 책은 그 여정을 조심스럽게 안내해 줍니다. 하루에 한 장씩 읽어나가며 사유하는 습관을 들이면, 철학이라는 고전의 길도 결국 ‘나에게로 이어지는 길’임을 체감하게 됩니다.

특히 르네상스 이후 이성과 과학이 중심이 되면서 철학은 오컬트와 분리됩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다시 공존을 실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은 철학이 단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이끌기도’ 했음을 보여줍니다. 철학은 늘 당대 인간의 질문에 응답해 왔습니다. 그 질문은 신에 관한 것이었고, 자연에 관한 것이었고, 결국 ‘인간 자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해석 공동체입니다... 세계는 오직 이스라엘을 위해서 창조되었다는 믿음입니다”

인상 깊었던 또 하나의 장면은 이스라엘의 구술 토라를 해석 공동체로 설명하며, ‘말해진 것’이 아닌 ‘살아 숨 쉬는 해석의 공동체’야말로 신의 뜻을 구현하는 매개라는 통찰이었습니다. 철학 역시 바로 이런 해석의 공동체로 작동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예컨대, 소크라테스가 다이몬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던 일,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형이상학적 구조를 전제한 것, 스토아 철학이 자연의 섭리 속에 신성한 질서를 발견하려 했던 점—all of them—은 사변적 사유가 아닌 당시 ‘신비주의적 직관’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재 중심적 사유가 얼마나 큰 전환이었는지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중세에 이르면, 철학은 신학의 그늘 아래 머무는 듯하지만, 실은 ‘신과 인간의 본질’이라는 공동의 질문을 두고 신비주의와 치열한 협업과 대결을 벌였습니다. 아퀴나스나 아우구스티누스가 철학과 계시 사이에서 어떤 타협과 해석을 시도했는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르네상스를 지나 계몽주의에 이르면 철학은 과학과 이성을 무기로 오컬트를 비판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전환을 제안합니다. 이성 중심주의의 ‘순수 철학’은 결국 또 다른 배제의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 그 배제의 대상이 바로 신비와 감각, 주술과 직관입니다. 그러니 철학의 진정한 회복은 이성 중심주의를 넘어서 이성과 신비, 논증과 직관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형을 마련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 철학에서 저자가 제시한 흐름, 곧 ‘다시 공존’의 시대는 오늘날 철학의 과제로 읽힙니다. 푸코, 데리다, 하이데거, 베르그송, 알튀세르 등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성의 한계와 삶의 조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동시에, 신지학이나 현대 에소테리시즘(신비주의 전통)은 다시금 철학의 주변을 맴돌며 새로운 융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철학이 생존을 위해 다시 감각과 신비, 신화와 꿈, 상상력과 예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독자에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점입니다. 철학자들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들 간의 비판과 입장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사유의 선택지를 가늠하게 합니다. 이는 탁석산이 철학의 본령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책은 과거를 훑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철학을 통해 무엇을 얻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묻는 책입니다.

⁉️책을 통해 “내가 어디쯤 서 있는가”를 더 자주 되묻게 되었습니다.
이성인가, 감성인가? 과학인가, 직관인가?
어느 철학자에게 공감하게 되는가?
내 판단은 누구의 철학에서 유래했는가?
그런 자문이야말로 철학이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요.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는 그런 질문을 위한 지적 나침반입니다.
서양 철학의 지도 위에서 나만의 좌표를 찾고 싶은 독자,
철학을 삶과 연결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가장 성실하고도 너그러운 안내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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