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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릴리 출리아라키 지음, 성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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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고통이 침묵당하고 있는가?
고통의 시대에, 가장 조용히, 가장 정밀하게 진실을 밝히는 책.
지금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사회적 통찰.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는 읽고, 멈춰서고,
생각하게 만들며, 결국 질문하게 합니다.
⁉️우리는 누구의 고통에 더 민감한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의 공감은 누구의 침묵을 유도하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 가장 정치적인 단어는 ‘피해자’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그 단어의 무게를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출리아라키의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는 오늘날 사회에서 '피해자'라는 지위가 어떻게 권력의 수단이 되었는지를 파헤친 책입니다. 피해자성을 정치적으로 무기화하는 흐름을 분석하며, 진정한 고통의 목소리를 가리는 전략적 피해자성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저자는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누가 피해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구조적 고통의 망각을 경계하고, 가장 취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릴리 출리아라키(Lilie Chouliaraki)는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의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로, 고통, 인도주의, 미디어 윤리 등 현대 사회의 담론 구조를 연구해왔습니다. 특히 그녀는 ‘고통의 소통’과 ‘인도주의적 미디어’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으로 학계와 공공 담론 양쪽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는 그녀의 연구와 사유가 집약된 비판적 사회분석의 정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책은 인권, 젠더, 인종, 계급 등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더욱 깊이 읽힙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전개된 #MeToo 운동, Black Lives Matter,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의 충돌, ‘역차별’ 논쟁 등 오늘날의 ‘피해자 담론’에 대한 배경지식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SNS, 알고리즘, 주목경제 등 미디어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으면 저자의 분석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릴리 출리아라키는 피해자라는 정체성이 연민의 대상만이 아니라 사회적 권력의 상징이 되었음을 강조합니다. 그녀는 현대 사회가 고통을 ‘정치화’하면서, 진정한 구조적 피해자들이 소외되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자처하는 역전 현상이 만연해졌다고 진단합니다. 이 책은 그런 왜곡된 담론을 비판하고, 피해자의 자격이 어떻게 정의되고, 누구에게 주어지는지를 되묻습니다. 핵심은 ‘피해자성’의 정치적 활용을 분석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침묵과 배제를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하게 다가온 문장은 📌‘피해자는 고정된 특정 사람이 아니라, 자아가 고난에 처했다는 주장을 통해 바로 그 순간 생성되는 반복적인 발화행위자’라는 개념입니다. 이는 피해자가 객관적 사실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의 사회적 인정 여부에 따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자격’임을 뜻합니다.
결국, 고통을 겪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힘’—즉 발화권, 미디어 접근성, 집단적 공감의 네트워크—이 뒷받침되어야만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란 사회적 투쟁을 통해서만 얻게 되는 지위라는 저자의 설명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작가는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가해자의 피해자 행세’를 ‘전략적 피해자성’이라는 개념으로 규정합니다. 이는 사회적 구조 안에서 ‘정당성’을 탈취하려는 정치적 제스처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 브렛 캐버노 사건은 상징적입니다. 그는 성폭력 고발을 받았음에도 울먹이는 태도로 자신이야말로 명예를 짓밟힌 피해자라고 호소했고, 그 호소는 대중의 연민을 자극하여 결국 연방대법관에 임명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후 임신중단권을 뒤엎는 데 기여하면서, 또 다른 피해자—즉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권리를 무너뜨렸습니다. 피해자의 자리에서 출발해 다시 가해의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이처럼 ‘피해자성을 주장하는 자가 진정한 피해자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이 어떤 권력관계 위에 세워졌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이야말로 우리가 오늘의 정치적 언어 속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질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한 부분은 소셜미디어를 ‘피해자들의 시장’이라 칭한 대목입니다. 이제 고통은 콘텐츠가 되고, 가장 울림 있는 고통만이 공유되고 소비됩니다. 이 시장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절규와 가해자의 억울함 호소는 같은 플랫폼 안에서 경쟁하게 됩니다. 알고리즘은 오직 ‘조회수’와 ‘공감 수’를 기준으로 무엇이 더 정당한지 판단하고, 그렇게 진짜 피해자의 목소리는 곧잘 묻히고 맙니다.
이러한 ‘피해자의 자리 쟁탈전’은 단순히 감정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 질서와 도덕적 기준의 전복을 의미합니다. “백인 남성은 싸우다가 고통받고, 살해하다가 고통받고, 보호하다가 살해하며 보호를 위해 고통받는다”는 구절처럼, 고통의 독점이 이뤄질 때, 그 자리는 항상 권력자가 차지해왔습니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전략적 피해자성을 구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피해자성 탐문법’을 제안합니다. 고통을 호소하는 이가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고, 그 주장이 누구를 배제하거나 침묵시키며,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세밀히 분석하자는 제안입니다. 이처럼 정치적, 구조적 질문을 동반한 윤리적 판단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꼭 회복해야 할 ‘연대의 감수성’이 아닐까요?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피해자’라는 말이 더 이상 상처 입은 자를 가리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피해자성을 📌“고통을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인정받음으로써 획득되는 사회적 지위”로 정의합니다.
즉, 피해자란 상처의 유무보다도 그 상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가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인정’은 누가 하고, 그 ‘피해자성’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가?
책은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한 서사가 대중성과 정치성을 동시에 갖게 된 오늘날, 누군가의 고통이 더 큰 ‘상품성’을 가질 때 더 널리 확산되고, 더 강력한 공감과 연대를 끌어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고통의 진정성과 맥락보다는 “누가 더 잘 호소하는가”를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장치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공정하게 평가되기보다는, ‘알고리즘’이라는 비정한 시스템에 따라 순위화되고 소비됩니다.
가장 섬뜩했던 지점은 '전략적 피해자성'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그 분석틀은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는 도덕적 윤리를 넘어서, ‘피해자’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권력과 결탁하고, 동시에 어떻게 지워지는지를 살펴보는 정치적, 사회문화적 렌즈로 작용합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울부짖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구조적으로 약자의 목소리를 압도하고 침묵시키는 또 하나의 권력 행위로 작용합니다.
특히 📌“고난의 경험과 그 조건의 분리”는 이러한 전략의 핵심입니다.
구조적 폭력을 개인 간 갈등으로 환원시킬 때, 우리는 피해자의 자리를 가해자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 맞서 ‘피해자성 탐문법’을 제안합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가 누구인지, 어떤 사회적 배경과 권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성찰하자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말’만 듣지 말고, 그 말이
✔️‘어떤 감정을 유발하며’,
✔️‘누구의 침묵을 요구하는지’,
✔️‘어떤 공동체를 결집시키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더 이상 ‘중립’이나 ‘양비론’이라는 이름 아래 가해자의 목소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돕는 분석적 도구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분별”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고통이 들려오는 이 시대에, 그 고통에 무조건 귀 기울이는 것이 언제나 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 불편한 진실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 불편함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불편함을 직시함으로써, ‘진짜 피해자’라는 말을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 시대에, 여전히 우리가 연대하고 보호해야 할 ‘취약한 존재들’을 가려내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이 책이 어느 한쪽만을 비판하거나 단죄하지 않고,
현대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고통의 언어’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공감을 오염시키는 것은 결코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이 정치적 자산으로 교환되는 구조 그 자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모두가 피해자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를 말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덮으며 되물었습니다.
⁉️과연 나는 누군가의 고통 앞에 침묵하거나 중립이라는 이름의 외면을
선택하진 않았을까?
때로는 목소리가 크다고, 감정이 격하다고, 무조건 진실에 가까운 것은 아닙니다. 가장 연약한 이들의 목소리는 작고 조용하며, 그만큼 쉽게 지워집니다.
그러니 이 책은 결국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들끓는 억울함의 소음 속에서,
여전히 침묵 속에 있는 진짜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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