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시대
스티븐 J. 파인 지음, 김시내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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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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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다스릴 것인가, 불에 삼켜질 것인가?

이 책은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타버릴 것인지를 경고하는 붉은 신호탄입니다.

우리는 지금 ‘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너무나 자주, 너무나 쉽게 사용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의 시대"는 진정한 창조는 파괴의 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이 책은 불과 인간, 문명과 생태, 기술과 존재론이 만나는 깊은 철학적 지점에서 쓰인 선언문이며, 동시에 미래를 위한 조용하지만 단호한 경고입니다.

지금, 불은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불길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그 불과 함께 춤출 준비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불의 시대"는 불이 인류 문명을 창조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인류를 위협하는 파괴의 도구가 되었음을 경고하는 책입니다. 저자 스티븐 J. 파인은 불의 역사와 진화를 통해 현대 문명의 근본적인 위기를 통찰하며, 인간과 불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요구합니다. 인류는 ‘불을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불의 시대(Pyrocene)’를 살아가는 생존자가 되었음을 일깨웁니다.


스티븐 J. 파인(Stephen J. Pyne)은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환경사학자로, 불(화재)의 역사와 생태를 연구해온 세계적인 전문가입니다.
그는 수십 년간 대형 산불을 연구해왔으며, 직접 산불 진압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과학과 인문, 생태와 역사, 신화와 철학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불의 인문학’을 구축해왔습니다. 'Fire: A Brief History', 'Year of the Fires' 등의 저작으로 불과 문명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조망해온 그는, "불의 시대"를 통해 자신의 생애 연구를 집대성합니다.


이 책은 불이 인간 문명의 핵심 요소이자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는 문제의식 위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변화, 산업혁명, 생태계의 균형, 화석연료의 문제, 산불 정책의 역사 등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으면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50 거주불능 지구', '뜨거운 지구, 불타는 미래' 등과 함께 읽으면 지구 환경의 긴박함을 입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파인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인류는 이제 불을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불에게 통제받고 있습니다. 불은 생태계의 일부이자 문명의 연료였지만, 산업화 이후 인간은 ‘화석연료’를 통해 자연의 리듬을 무시한 새로운 불을 만들어냈습니다. 파인은 이러한 ‘세 번째 불’의 위험성과 역설을 조명하며, 불을 공존해야 할 ‘생명력’으로 다시 이해하자고 주장합니다. 불의 생태학적 기능을 회복하지 않으면 인류는 자멸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이 책의 진정한 의도입니다.


"불의 시대"는 불을 다룬 환경 도서나 기후 위기 경고서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불’이라는 존재를 매개로 인간 문명 전체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진단하는 대담하고 통합적인 시도입니다. 스티븐 J. 파인은 불을 단순한 자연재해나 도구로 환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불을 인류와 함께 진화해온 ‘문명의 동반자’이자, 오늘날에는 문명을 잠식하는 ‘위협적 존재’로 격상시킵니다.


이 책이 강렬하게 와닿았던 이유는, 불이라는 익숙한 존재를 낯설고 위협적인 실체로 다시 보게 했기 때문입니다. 벽난로나 캠프파이어, 가정용 가스레인지로 익숙한 ‘따뜻한 불’은 이제 더 이상 현실이 아닙니다. 파인의 시선은 인간과 불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생태학, 역사, 지질학, 기술사, 그리고 신화까지 총동원해 입체적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불이 있는 행성은 지구뿐이다”라는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얼마나 특이하고 섬세한 균형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만듭니다.

파인은 인류와 불의 관계를 ‘세 가지 불’로 구분합니다.
자연이 낳은 첫 번째 불, 인간이 길들인 두 번째 불,
그리고 산업혁명이 만든 통제 불가능한 세 번째 불.

이 구분은 불이라는 존재의 철학적·사회적 의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입니다. 특히 세 번째 불, 즉 화석연료의 연소를 기반으로 한 현대문명은 본질적으로 ‘연소를 소비하는 사회’입니다. 우리는 매일 불을 직접 보지 않고도, 엄청난 양의 불을 소모하며 살아갑니다.


산업혁명 이후 불은 더 이상 벽난로나 촛불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엔진, 공장, 플라스틱, 도시 전반의 열 시스템 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직접 불을 보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불’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 과도한 연소야말로 기후 위기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불을 통제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불의 생태계’ 속에 예속된 존재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불”은 파인이 말한 “노숙자 신세”의 불과도 같습니다. 과학적으로 정의되지 못한 채, 기술과 산업의 음지에서 세계를 바꾸고 있는 존재입니다.

특히 “우리는 불의 주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불을 먹여 살리는 종속적 존재가 되었다”는 분석은 강렬한 충격을 안깁니다. 불은 인간의 기술과 산업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 불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화석연료 위에서 쌓아올린 모든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불을 길들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화석연료 기반의 문명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
자동차가 없으면 출근을 못 하고, 전기가 끊기면 도시 전체가 마비됩니다.
불은 이제 도구가 아니라 시스템이며, 우리는 그 시스템에 종속된 존재입니다. 과거의 불이 “첫 번째 가축”이었다면, 지금의 불은 “보이지 않는 신”에 가깝습니다. 섬뜩할 정도로 정확한 묘사입니다.


이 책의 중요한 미덕은 불의 공포를 설파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파인은 “완벽보다 연습”을 강조하며, 우리가 여전히 불과의 공존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임을 상기시킵니다.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불 관리법—‘쿨 번’이나 계절 방화 같은 기법들—은 인간과 불이 긴 세월 동안 어떻게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지금 그 지혜를 다시 배워야 합니다. 그게 불과의 공존을 가능하게 할 유일한 길입니다.

책의 후반부에서 파인이 말하는 “불의 생태학”은 환경을 위한 슬로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문명의 설계도 자체를 다시 그리는 작업입니다. 도시 계획, 농업 방식, 에너지 정책, 그리고 일상적인 삶의 방식까지—모든 것이 불을 고려한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은 불을 두려워하지 않되, 존중하고, 균형 있게 다루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책은 한편으로는 비관적인 현실 인식을 담고 있으나, 동시에 ‘생태적 전환’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모색합니다. 호주 원주민들의 '쿨 번(cool burn)', 북미 인디언들의 전통적 불 사용법 등은 불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관리’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이 전통적 지식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사회도 ‘불의 생태학’을 이해하고 다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철학적 제안이기도 합니다.

"불의 시대"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을 읽으며 ‘파이로센(Pyrocene)’이라는 개념이 단지 자연의 시대를 넘어선 하나의 지질학적 전환점이 아니라, 인간 문명이 초래한 새로운 시대적 조건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책은 우리가 화석연료 시대의 연소 문명에서 어떻게 이탈할 것인가, 그리고 자연과 어떻게 새로운 균형을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결국, 파인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불은 창조이자 파괴이며, 우리가 불을 배제할 수 없다면 조화롭게 춤을 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이것은 단지 환경 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생존의 윤리이자 태도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위태로운 균형을 찾는 여정의 첫걸음이자, 지금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시대적 통찰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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