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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튀기는 인문학
곽경훈 지음 / 그여자가웃는다 / 2020년 7월
평점 :
의사가 아닌 것 같은
전업 작가인 것 같은
곽경훈 작가의 <침 튀기는 인문학>
인간은 원래 그런 걸까? 흔한 건 소중해도 소중한 줄 깨닫지 못한다. 인류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허다한 필수요소들이 소중한 줄 인식하는 데는 어쩜 이렇게 놀랄만한 사건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일상을 잃어버린 지금 있는 듯 없는 듯 관심 두지 않고 살았던 그 흔한 침에 온 인류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들은 더럽지 않은데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 더럽다는 성경 말씀이 꼭 관념적인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맑은 공기 마시고 맑은 물 마시고 적당한 바람과 우거진 수풀을 누리며 감사했어야 하는데 내 뱉는 숨이, 장이 밀어내는 변이, 물로 씻어내야 하는 몸에 묻은 찌꺼기들이 참 더럽기도 하다. 소중한 줄 모르고 무엇인가 더 빼먹겠다고 깊은 숲 속까지 들어가 들쑤시다 박쥐 몸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 몸에 안착하게 하고, 제자리를 잃은 생명체의 반란은 무시무시한 공포로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버렸다.
막 태어난 갓난아기에게까지 마스크를 씌워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을 바라보며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침 이야기’를 집어 들었다.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역사와 신화와 전설, 의학 속 침 이야기를 읽으며 한 권의 ‘지대넓얕’을 보는 것 같았다. 저자와 함께 시대를 넘나들고 대륙을 가로지르며 인류에 회자되었던 ‘침 이야기’가 이렇게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무색, 무미, 무취인 침이 인류에 남긴 흔적들을 하나하나 들려주며 인간과 침은 원래 친했다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더럽고 피해야 할 그 무엇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 과정 속에서 의사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의학적 임상처치방법 까지 자세히 설명하니 설득력 충만하고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좀비와 드라큘라의 상업화에 성공한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 박수를 보낼만하다. 하지만 상상한 건 대부분 실재 삶에 나타나는 비극을 경험했기에 좀비처럼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돌아다니는 광장의 무개념 확진자들을 보며 ‘우리가 어찌할꼬’ 탄식하게 된다.
<침 튀기는 인문학> 지금 딱 무릎치며 읽어 볼 만한 책이다.
20200910.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