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춘문예 당선소설집
김선희 외 지음 / 한국소설가협회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밸러스트는 선박의 무게를 안정적으로 잡기 위해 물로 채우는 장치이다. 그런 밸러스트는 당신를 닮아 있다. 당신과 나는 한 가정의 생계를 위해서 몸을 바쳐 일했다. 당신이 손을 베여 가며 더덕을 팔았듯, 나는 대학을 가는 대신 기술을 배워 회사를 다녔다. 우리가 함께 일해야만 삶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었다. 내가 짊은 무게가 무거우면 당신이 짊은 무게는 가벼워지고, 그 반대 또한 그렇다.

<밸러스트>는 살기 위한 서민들의 발버둥, 모자의 소원한 관계, 그리고 남겨진 자의 이야기이다. 전철역 복도 한 켠에서 야채 파는 상인, 대학 갈 나이에 취직하여 일하는 노동자, 열아홉에 임신하여 사는 여성까지.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빈한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 독자들에게 비애를 전한다.

이 소설은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아들이 어머니를 보며 서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소쿠리를 차는 모습, 전화기로 소리를 지르는 모습만 보아도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을 느끼는 감정이 생생히 전달된다. 어머니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표명되지 않아도 세밀한 관찰은 읽는 이들이 애수(哀愁)에 잠기도록 한다.

소설의 첫 문장에서 나오는 개미처럼 등장인물들은 한없이 작고, 초라하며, 무거운 짐을 이고 있다. 이들은 밸러스트처럼 물을 덜어낸다면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릴 사람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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