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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발코니
줄리앙 그라크 지음, 김영희 옮김 / 책세상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전쟁에 대한 기다림....
무료함 보다는 차라리 죽음이 낫다....
'시르트이 바닷가'에서 오랜 휴전상태의 나라를 차라리 전쟁의 파탄으로 몰고 가는게 무료한 일상보다는 낫다는 알도의 괴팍한 바램처럼..
이책의 주인공 그랑주도 토치카에 갇혀 언제 올지도 모를 독일군을 기다리는 일상에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전에 읽은 '시르트의 바닷가'와 마찬가지로 미려한 메타포의 향연에 읽다 덮다를 반복하다...이 놈의 독일군은 도대체 언제오나 하는 조바심이 나에게 까지 미칠 무렵 어느새 넘기던 책장은 몇장 남지 않게 되었고......
포탄 한방에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토치카가 오히려 후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최전방 철책근무를 서던 시절이 생각났다.
끊임없이 어둠속을 주시해야 했던 시절...대남방송마저 졸음을 몰고오는 염불 소리로 들리고
이런 폐쇄된 공간의 무료함에 차라리 옆에 놓인 소총으로 머리를 날려버리는게 낫겠다는
끔찍한 상상으로 이어졌던 적도 아주 잠깐은 있었다.
인간이란 이렇게도 비합리적인 존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