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천진난만한 존재이며, 어디까지나 보호할 대상"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 자신이 그다지 천진했던 기억도 없고, 어린이를 그런 시각으로 본 적도 없다.

어린이만의 특성을 꼬집는다면, 그건 아마 '자기 중심적 성향'을 자제할 줄 모른다는 것.일 터다

남과 더불어서만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어린 시절부터 깨닫기란 어렵다. 특히 처음 느껴보는 다양한 욕구들을 어떻게 해소하고 해결할지 몰라 떼쓰거나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다닌다. 나는 그런, 나이 어린 인간들을 통칭해 '꼬마 악마'라고 일컬으며 산다.

하지만 반면, 어린이는 사랑스럽다. 어른은 아이에게 약하다. 아이를 약하고 선하고 순진하게 보는 만큼, 그리고 아이를 사랑하는만큼 말이다. 어른이 아이 손에서 사탕을 빼앗는 것보다는 아이가 어른 손에서 사탕을 뺏는 것이 훨씬 수월한 일이다.

 

소설 <배드 시드>는 <오멘> <엑소시스트> 같이 꼬마 악마가 등장하거나, <오펀: 천사의 비밀> 같은 꼬마(모습을 한)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소설과 영화의 효시라고 한다. 이 소설 주인공 로다는 스티븐 킹이 뽑은 희대의 악마 열 명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고도 한다.

이 소설이 쓰일 당시는 아직 '사이코패스'나 '반사회적 성격장애' 같은 용어가 생소하고 이론상으로도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고 한다.

로다의 욕망은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어른의 질투나 소유욕, 정욕처럼 복잡하지 않다. 너무나 단순하고 맹목적이다.

소꿉놀이 세트를 갖고 싶다며 백화점 바닥을 뒹굴며 떼를 쓰는 아이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다만 자기가 갖고 싶은 걸 손에 넣는 방법이 잔학하다는 것뿐.

오히려 복잡한 건 주변 어른의 시선이다.

사람이 계단을 뒹굴거나, 불에 타거나 물에 빠져 죽었을 때, 정황상 로다밖에는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없음에도, 어른들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어여쁜 소녀를 의심할 생각조차 못한다. 아니 의심스러워도 애써 그런 의혹을 스스로 눌러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그런 의구심을 표출하면 금세 다른 사람들이 배척하거나 제지한다.

 

소설에서 로다에 대해서는 행동으로만 묘사되고 주로 로다 엄마의 심리 변화를 쫓아가면서 이야기가 풀려 나간다.

범죄자, 사이코패스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유전 형질이 개입된다면 로다의 경우 격세유전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살인마에게서 태어나 살인마를 낳아버린 로다 엄마, 크리스틴이 이야기의 중심에 선 구도가 무척 흥미롭다. 크리스틴이 서서히 로다의 범행을 알아가는 과정이나 그러면서 모성애와 혐오감을 동시에 느끼는 양가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 대목에서는 나 또한 같이 혼란스럽고 고민됐다.

결말은 전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반전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파괴력 있다.

크리스틴이 가여우리만치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을 읽는 내내 마음 졸이며 봤기에 결말에서 충격이 온다.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거나 계산할 수 없기에 오히려 직선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멈춰 세우기 어렵고, 또 더 위험하기도 한 아이의 욕망, 그리고 욕망을 비뚤어진 방법으로 실현해버리는 광경이 섬뜩하다.

소녀를 교활하고 끔찍한 악마로 묘사하면서, 이 아이는 '나쁜/더러운' 씨를 지닌 돌연변이라고 결론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하지만 나는 어린아이는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라 생각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고 사회화 되어가면서 범죄자로서의 자질이 퇴화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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