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통일 땐 타인을 사랑하는 게 좋다 - 나를 구하는 인간관계의 과학
앤서니 마자렐리.스티븐 트리지악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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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통일 땐 타인을 사랑하는 게 좋다'

<타인과 나를 정의하는 시선>
어지러운 세상살이 '정'이라는 단어가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한국인은 정이 많다고 했던가요? 아니 그렇게 배웠던가요? 제 어린 시절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이처럼 무더운 여름날엔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바람을 맞이하여도 별다른 걱정이 들지 않았습니다. 허나 24여 년이 흐른 지금은 대문은커녕, 작은 창문 하나 여는 것조차 망설여집니다.

핸드폰을 켜고 세상을 들여다보면 어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더랍니다. 모두 '타인'으로부터 시작한 좋지 않은 이야기일 뿐. (어쩌면 자연조차 타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에게 사기를 당했다더라, 누구에게 폭행을 당했다더라.... 어쩌면 세상살이가 타인과 어우러져 가야 하기에 이러한 것들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한 해가 쌓여갈수록 나를 제외한 '타인'이라 불리는 모든 이들에 대한 불신과 경계는 더욱더 짙어져만 갑니다.

남을 믿었다 했던 나는 어느새 '멍청이'가 되어있고, 남을 위해 했던 말과 행동들은 나를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며 불리우게 하니 말입니다.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철저하게 '타인을 사랑'하라고 하는 것만 같아 제목만 보아도 괜스레 속이 쓰립니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 청년인 제게 '삶이 고통일 땐 타인을 사랑하는 게 좋다.'라는 문장은 불편하면서도 궁금하고, 호기심이 일면서도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더랍니다. '바쁜 세상살이 속 왜 타인을 사랑해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함께 남기며 말입니다.

'아니... 나 하나 먹여살리기도 벅찬 삶을.. 타인을 사랑하라는 게 말이나 되나? 그래, 적어도 고된 하루에 남한테 짜증 한번 안 내는 거, 이게 배려이자 사랑 아니야?!' 하는 단전에서부터 시작한 생각이 불쑥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도 했으니 말입니다.

처음부터 책을 적대할 필요는 없지만 어디 가서 사기당하지 않으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세모눈을 뜨는 거처럼 '난 절대 속지 않겠어!' 하는 태도를 입은 저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조용히 벽을 바라보았습니다.

새하얀 벽지를 바라보며 책의 내용을 고요히 복기해 보니, 읽으며 적어두었던 제 메모장은 마음에 박히던 글들로 가득 까맣게 변해있었습니다.

그 옛날 유명했던 책 내용 중 주는 사람 '기버'와 빼앗는 사람 '테이커'를 알고 계십니까? 결과적으로 주는 사람 즉, 기버라는 태도가 삶이라는 세계에서 성장성이 높다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자신의 기준점 없이 마냥 주기만 하는 일명 호구 같은 기버는 테이커의 식량창고 취급을 받지만 말입니다.) 이 책도 비슷한 결로 느껴졌습니다. 타인에게 친절하고 타인에게 관심을 주되, 자기 자신의 영역만큼은 확실히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61p 읽어보면 <<중요한 역설이 하나 더 있다. 이타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인 면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야 '그저 만만한 착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진 신경가소성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81p~86p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셔츠를 갈아입듯 우리 의지로 줄무늬를 바꿀 수 있다>>
<<신경 가소성: 학습이나 경험에 반응하여, 혹은 부상에서 회복하기 위해 시냅스 연결을 형성하여 재편성하는 뇌의 능력. 신경 가소성 덕분에 뇌는 평생 변화할 수 있다.>>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 더 좋다.>>

이처럼 우리는 나를 지키면서 타인을 도울 수 있고, 나라는 존재는 그저 태어난 대로 가 아닌 원하는 방향대로 꺾여자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와 네가. '우리'라는 말로 불릴 수 있는 것일까요?

p97. <<타인과의 유대감이 강할수록 감염에 대한 저항성이 강했으며 포옹을 자주 나누는 사람은 감기에 걸려도 빠르게 회복했다 ... (중략)... 홀로 고립될 때 우리는 취약해진다.>>
p105. <<긍정적인 정서는 관계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다.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중략)... '집단 생존'을 지향한다.>>

인간이기에 홀로는 생존게임에 유리하지 못하기에 까마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집단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 집단에서 나와 너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되는 법을 배웠던 건 아닐까요?

생존을 위해 뭉쳤던 사람이, 이제는 사람으로 인해 번아웃이 오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어 우리에서 다시금 나와 너인 개인이 되고자 합니다. 참.... 지금을 살아가는 저에겐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받아들여지지만, 기억조차 또렷하지 않을 그 어린 나날들을 생각해 보자면 타인을 대하는 모든 것들이 많이도 변하였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특히 개인이기에 더 쉽게 취약해진 우리는 '중독'에도 쉽게 노출이 되는데

p142. <<회복력을 높이고 번아웃 증후군에 저항하는 핵심은 단단하고 친밀하며 돌보는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다.>>
p143. <<자신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헌신할 때는 회복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훨씬 컸다.>>

개인이 아닌 단체인 우리가 될 때, 내가 아닌 타인에게 시선이 돌려질 때. 타인을 위해 힘을 쓰지만 정작 '나'를 위해 힘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자 하는 거 같습니다. 요즈음 시대에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 하고자 하는 일들이 많지만, 정작 타인을 위해 돕던 것이 나를 돕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 또한 출퇴근으로 하루하루 지쳐 '언제쯤 그만 둘 수 있을까...'를 매일 되뇌며 타인이 아닌 내 스스로의 발전만을 바라보며 시야가 좁아지는 이때, 내가 아닌 타인에게 향한 시선과 관심 그리고 도움들이 결국은 나를 위한 일이구나라는 것을 배우고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p161. <<우리는 성공이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반대다. 행복이 성공으로 이어진다.>>

만 읽어보아도 성공을 위해 행복을 미루며 행복은 성공과 함께 와 줄 거야 하는 마음으로 당장의 힘듦을 이겨내지만, 정작 반대인 이 모순적인 말이 '나는 왜 이리 온몸에 힘을 잔뜩 주며 바락바락 힘들게 버텨만 왔을까.. 힘들고 지쳤기에 남을 볼 여유 없이, 시간이 흐를수록 남이 아닌 나만 바라보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267 쪽에 실린 문장 하나 소개해 드리며 글을 줄여볼까 합니다.
<<우리는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날 때 받은 공감과 사랑의 기억을 아주 오랫동안, 때로 평생 간직한다.>>

각자가 제일 무거운 개인의 짐들을 짊어지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이때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작은 관심하나, 작은 응원하나 건네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어떨까 싶습니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삶이라는 게임엔 모두가 삶의 어두운 시기를 겪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작은 지지대가 되어 그렇게 서로를 통해 오늘도 거뜬히 살아가 보면 어떨까 합니다.

*서평단참여로 책을 제공 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후기를 적었습니다.

#삶이고통일땐타인을사랑하는게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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