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폴리카르포 신부님 묵상, 무심의 다스림
김종필 지음, 김혜남 그림 / 포르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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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

김종필 폴리카르포 신부 지음 / 김혜남 그림 / 출판사 포르체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폴리카르포 신부님 묵상, 무심의 다스림



전 무교입니다. 하지만 각 종교에서 해주시는 좋은 말씀은 좋아합니다. 마음이 힘들 때, 위로를 주니까요. 이번 책 <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 또한 삶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나조차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넘쳐났을 때, 폴리 카르포 신부님께서 자연 속에서 살며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마음으로 깨달은 것을 이야기한 책입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마비될 정도로 큰일만 힘들고 고민되는 것이 아니지요. 인생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들도 심적으로 힘들 때가 있습니다. 전 특히 자녀의 양육 부분이 가장 힘듭니다. 아이의 일로 인해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포함됩니다. 내 인생이지만 내 인생같지 않는 마음 때문에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도 제가 욕심을 부리니 힘든 것이겠지요?

저처럼 마음이 힘든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 김종필 폴리카르포 신부님께서는 성 베네딕도회 화순 수도원 원장을 지내고 계십니다. 신부님은 텃밭도 가꾸고, 허름한 작업복으로 막노동을 하는 것이 글 속에서도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알고 있는 신부님은 검정색 옷만 입고 계실 것 같은데 의외의 모습에 신부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답니다. 베네딕도 수도원의 수도자로서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느끼며 노동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고 계시는데 책에서도 그 부분이 크게 느껴집니다.



차례를 보겠습니다.

1장~4장까지 있습니다.

자연 속의 겸허함, 시간의 흐름, 마음의 깊이, 깨달음의 순간이라는 주제 속에 각각의 글이 담겨있습니다.



[p.46 비가 옵니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창틀에 팔꿈치를 대고 양손으로 턱을 괸 채 쏟아지는 빗줄기를 응시했습니다. 한동안 그 창가에서 바람에 날리는 작다작은 빗방울을 얼굴에 맞으면서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내리는 빗줄기 하나하나를 헤아리듯이 바라보았습니다.]


어릴 적 생각이 났습니다. 주택이었던 집이었고, 마당이 있었으며, 마루가 있었습니다. 비오는 날은 마루에 앉아서 비 구경을 했습니다. 처마 밑에는 빗물구멍이 있어서 줄줄 흐르고, 하늘에서는 주룩주룩 비가 내렸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비 오는 것을 구경했습니다. 그 때의 마음은 아주 평안했습니다. 아쉽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도 그런 감성도 없는 것 같습니다. 현실에 치여살고 있어서 그렇겠지요.

어릴적의 저는 비를 한 없이 바라보는 아이였다면 시간이 흐른 저는 비가 오면 그것마저 걱정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p.48 그러다가 바람이 일 때면 춤을 춥니다. 바람의 강약이나 고저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춥니다. 산천초목은 바람의 뜻을 이미 벌써 다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이 천지사방으로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

<비>라는 글 속에서는 폭우가 쏟아져도 나무나 꽃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오히려 어미의 풀에 편히 안겨 잠들듯이 비를 자연의 현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떤이가 보기에는 비가 힘듦의 연속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어떤 이가 보기에는 비가 함께 어울리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름이겠지요. 저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부분을 돌이켜보면 '하하호호'하고 웃고 넘어갈 수 있었던 문제들인데 예민하게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너무나 힘들고 지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뒤돌아보면 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지요.

결국 혼란한 마음을 잠재우고 흘러보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p134. 진정한 자기 존중은 스스로에 대한 지배와 독립성으로부터 나옵니다. 바라다보이는 자기 자신보다도 바라바보는 자기 자신이 더 진솔한 자기다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육아하면서 오히려 자기존중감이 낮아진 느낌입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 내 감정하나 스스로 컨트롤 못하는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게 자존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글처럼 스스로의 지배와 독립성이 너무나 필요함을 느낍니다.



신부님이 지은 책이지만 책에서 '노자의 도덕경'의 일부분이 담겨있습니다.


남을 아는 것이 지혜라면

자기를 아는 것은 밝음입니다.

남을 이김이 힘 있음이라면

자기를 이김은 정말로 강함입니다.

-노자, <도덕경> 제33장, <자기를 아는 것이 밝음> 중에서-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 제일 힘든 것이지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다이어트를 위해서 건강식 먹기, 운동하기 등등.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이겨내야 합니다. 자신을 이겨내고 꾸준하게 이루어 낸다면 정말 강해진 자신을 볼 수 있겠지요. 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봅니다.




이 책의 장점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아도 아름다운 시가 담겨있고, 혹은 동화 한 토막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지금 텅 빈 가슴으로 따사로운 숨결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은 충만한 온기를 전달할 것입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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