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상 나라가 엉망일수록 빳빳한 지폐를 특히 강조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스위스 사람들은 지폐가 구겨졌든 찢어졌든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불에서 비행기 표를 살 때는 담당 직원이 내가건넨 100달러짜리 지폐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마티스의 작품을 감정하는 사람처럼. 어쩌면 정교한 위조지폐가 아닌지 살펴본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직원은 내 지폐 중 적어도 절반에 대해 퇴짜를 놓았다.
하나는 살짝 찢어졌다는 이유로, 또 하나는 너무 오래됐다는 이유로, 또 하나는 왠지 이상하다는 이유로. - P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