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 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조애나 버크 지음, 송은주 옮김, 정희진 해제 / 디플롯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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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듣고 보고 겪었으나 입을 열어 말하기 힘든 주제이다.
과연 내가 이 주제를 논할 자격이 있을까. 서평을 쓰기가 조심스러웠다. 겨우 한 권의 책을 읽고 내가 모든 것을 다 깨치운 것처럼 글을 쓰는 게 교만하고 어리석게 느껴지진 않을까.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얘기하리오? 누가 나를, 그들을, 우리를 지지하리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의 서평을 쓴다는 것은 책에서 다루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지하는 것을 넘어 내 자신을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키워드
1. 현대사회의 성폭력 - #MeToo
우선 미투 운동 또는 해시태그 페미니즘 운동의 장점은 온라인 상의 사회적 연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소외된 사람의 목소리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들려질 수 있다는 점, 나라와 문화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운동으로 발전했다는 점, 여러 유명인과 인플루언서도 함께 운동에 참여하며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다. 다만 온라인 페미니즘 또한 자기 과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고소득 페미니스트 인플루언서들이 부상하면서 누가 더 좋아요를 많이 받느냐의 인기 싸움으로 와전될 수도 있으며 이것이 성폭력의 심각성, 공감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온라인 미투/페미니즘/반성폭력/평화 운동을 위해서는 오프라인 행동이 항상 같이 있어야 한다.

2. 소수의 가해자와 소수의 피해자
저자는 사회적으로 마이너리티 라고 여겨지는 소수 인종, 부족, 성지향, 계급 사이의 성범죄에 주목한다. 보통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폭력은 남성 가해자와 여성 가해자인데 이는 우리 관념속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가 있기 때문이며 성폭력의 범주는 이보다 훨씬넓고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 역사 속 성폭력 - 전쟁과 강간
전시 상황일 때 집단 강간이 특히 많이 일어났는데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이 지켜야하는 존재로 여겨지고 이에 대한 공격은 적군 남성에게까지 수치심과 무력감을 가져다 준다.
전쟁 중 성노예 여성들은 군수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전락한다. 오늘날에 와서야 많은 피해 여성들이 사건을 고백하고 있으며, 우리는 함께 소녀상을 세우고 정당한 처벌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시 상황에서의 집단 강간,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된 사과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참 안타까웠다.

주석을 제외하고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꼭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두 번 이상은 읽어야 이 책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후 성폭력은 더이상 개인의 잘못도 타인의 문제도 아니게 되었다. 이는 나를 포함하여 모든 인류와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다뤄져야 하는 주제일 것이다. 성에 관한 문제가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자유롭고 평등하게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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