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뒤 맑음 상.하 + 다이어리 세트 - 전2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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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냄새"


그리운 여행 냄새. 2019 코로나 시작, 그리고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한국이 외 다른 해외를 방문하지 못한 채 2021년 하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언제쯤이면 코로나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2021년 신작 장편소설 '집 떠난 뒤 맑음(상, 하)'이 출판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애정 하는 작가이기에 신작 출간이 무척 반가웠다. 책표지도 예쁘고 산뜻하다. 600여 페이지의 2권의 신작(집 떠난 뒤 맑음)의 주인공 소녀들은 바로 17살 자발적인 아싸(아웃사이더) 이츠카짱과 밝고 붙임성 좋은 그녀의 사촌동생 14살 레이나짱이다. 두 소녀는 미국 여행을 결심하고 광활한 대륙을 여행하기 시작하는데, 여행도 여행이지만 어떻게 마무리될지 그 여행의 끝이 궁금하지 아니한가.


"우리, 미국을 봐야 해."


여행을 제안한 사람은 이츠카짱이었다. 이츠카짱은 일본에서 살다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사촌동생인 레이나짱 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 집에 살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이가 좋았던 사촌언니(이츠카짱)와 동생(레이나짱)은 방에서 몇 날 며칠 동안 계획을 다듬었고 미국 여행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가출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여행이 끝나면 돌아올 거예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뉴욕을 떠난 이 소녀들의 여행을 직면한 양쪽 부모님의 태도는 상당히 상반된다. 특히 우루우(아빠)와 리오나(엄마)는 딸인 레이나짱의 여행을 계기로 그 두 사람의 인생 또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어쩌면 딸의 여행이 아닌 다른 일들을 계기로 관계가 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두 사람의 소중한 존재인 딸의 여행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그 어떤 일에 대한 계기보다 극명한 온도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면서 그 간극을 좁히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10대 소녀들의 여행은 버스, 열차, 히치하이크를 하며 정해 놓은 루트, 그리고 자의 반 타의 반 엉뚱한 곳에서 지내며 어쨌든 보는 여행을 지속해 나간다. 나름 부모님 걱정하지 마시라고 엽서를 보낸다. 레이나짱는 일기를 쓰면서 여행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츠카짱은 이동 중에는 음악을 듣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틈틈이 산책을 한다. 혼자도 걷고 레이나짱과 함께도 걷는다.


"다시 새로운 거리다. 어떤 풍경이고, 어떤 먹거리가 있고,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같은 장소를 함께 여행하고 있어도, 특히 모르는 사람과 서로 알게 되는 것에 관한 한 이츠카짱과 레이나짱은 전혀 달랐다. 이츠카짱이 단순히 자신이 낯을 가려서가 아니라, 레이나짱이 사교적이라서 생겨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좀 더 본질적인, 마음가짐의 문제이지 않았을까. 여행을 하며 세상을 대하는 모습에서 둘의 상반된 성격이 잘 드러난다.

고래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인연, 여행 중 갑자기 교통사고 목격자가 되면서의 인연, 열차 안에서의 인연, 버스 안에서의 인연, 이츠카짱이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인연.


엽서를 받은 신타로(이츠카의 아빠)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둘이 무사하기만 하면 그걸로 됐고, 타국에서 경험하는 이런저런 일들은 결국 어떠한 형태로든 본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녀들의 여행을 응원했던 신타로가 여러 상황 때문에 신용 카드를 정지한 건 11월이었다. 갑자기 신용카드가 정지된 상황에서 여행을 지속하려면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한 그녀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츠카짱이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여행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여행의 묘미. 인생의 묘미다.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웃음)


우루우(레이나의 아빠)는 꼼꼼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질서를 사랑한다. 올바르게 움직인다면 매사 올바르게 돌아간다고 믿는 사람이다.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했다. 우루우의 언짢은 심기에는 걱정 이외의 무엇인가가 분명히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 부당한 꼴을 당하고 있다는 감각이자 조카딸을 이 집에 들인 리오나(레이나의 엄마)를 향한 무언의 비난이었다. 사람에 따라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한다.



"지도를 봐. 그 애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엽서가 도착할 때마다 말야. 처음엔 아무튼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있지, 좀 더 멀리까지 가렴. 하는 마음이 들어 버려서,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어. "


사촌 언니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레이나짱. 그런 레이나를 지켜 주는 의젓한 사촌 언니 이츠카짱. 두 사람은 좋은 여행 메이트로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 이 여행을 계기로 두 소녀들의 인생뿐 만 아니라, 그녀들의 가족들 또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책을 통해 찬찬히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상황을 대하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등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그 여정을 함께 해 보길 추천하고 싶다.


이츠카짱과 레이나짱은 여행 규칙 때문에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휴대폰을 on/off 했다. 그녀들이 만약 엽서, 음성녹음, 편지 등 고전적인 연락수단(자신들의 위치를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엽서를 주로 사용함)이 아닌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면서 여행을 했다면 씩씩하고 순수한 10대 소녀들의 미국 여행기는 어떻게 또 달라졌을까. 에쿠니 가오리의 특유의 문체와 감성으로 또 어떤 소설이 완성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집 떠난 뒤 맑음 / 彼女たちの場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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