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법정 스님이 사랑한 바로 그 책! 시대를 넘어 삶의 지혜를 밝혀주는 수필 문학의 걸작으로 널리 알려진 고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었다. (참고: 월든은 메사추세츠주의 콩코드에 있는 곳으로, 그가 2년 2개월 이틀을 살았던 숲속 호숫가를 말한다)

 

이렇게 멋진 추천사도 있었다!

일상에 지칠 때, 자꾸만 넓은 하늘이 보고 싶을 때, 나는 [월든]을 읽는다. 자신이 직접 지은 작은 오두막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우주와 신과의 합일을 이루는 진리를 추구하고, 그래서 어떻게 '삶의 골수'를 빨아내는 방법을 터득했는지 직접적인 체험을 전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미지와 유려한 문체로 지친 마음에 평화를 주는 [월든]은 정신적 황무지에 사는 우리들의 영혼 지침서다. -장영희(영문학자,수필가)-

 

이 책은 작가의 전반적인 삶에 대해 알고 읽으면 더 좋다.

그는 1817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1837년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졸업 직후 콩코드의 공립학교 센터 스쿨에서 교사로 근무했으나 2주 만에 사직하고 형과 함께 콩코드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1842년 그의 형 존 주니어가 파상풍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월든 호수로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형의 죽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월든 호숫가로 1845년 7월 4일(독립기념일) 이었고, 형의 생일 바로 전날이기도 했다. 그는 <월든>에서 2년 2개월하고도 이틀을 그곳에서 보냈다.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월든 호숫가에 소박한 오두막을 지었다. 오두막은 5평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숲속에 들어간 이유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일을 과연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였다' 1847년 9월 6일 월든 호숫가를 떠났고, 책<월든>은 1854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그는 1862년 5월 6일 평생 시달렸던 만성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나는 우리 마을 젊은이들의 불행은 농장과 가옥, 헛간, 가축, 농기구들을 유산으로 물려받는 데서 싹튼다고 생각한다. 그런 물건들을 얻으면 여간해서는 없애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드넓은 초원에서 태어나 이리 젖을 먹고 자라는 편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인데. 그랬다면 자신들의 노동을 바쳐야 할 밭이라를 것의 실체를 좀 더 똑똑히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

흙에 노예로 전락한 젊은이들을 안타까워했던 소로. 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핵심을 이해가 간다.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든 2020년 지금은 농업에 대한 또 다른 인식과 거의 기계식으로 바뀌어버린 노동시장에 대해 소로는 또 어떻게 생각할까. 통찰력 있는 그의 생각을 듣고 싶어진다.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 나라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한 무지와 오해 때문에 있지도 않은 근심을 하고 필요 이상으로 거친 삶의 노고에 너무 골몰한 나머지 보다 감미로운 삶의 열매를 맛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하는 이들은 매일의 참된 고결함을 구할 여유가 없다. 무지를 깨닫는 일이야말로 그가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무지를 깨닫는 일은 지금도 너무나 중요하다. 안타깝지만 진실을 모르면 많은 면에서 불리하다. 가끔은 너무나 바쁘게 변화하는 것들을 쫓아가기 바빠 힘에 부친다. 그럴 때는 잠시 천천히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가 또 에너지가 축적되면 무지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배우는 자세로 삶에 임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절망 속에서 말없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체념이라는 것은 불치병이나 다름없는 절망을 일컫는 것이다. 편견이라는 것은 언제라도 버릴 수 있는 법이다.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 해도 아무 증거도 없이 남의 사상이나 업적을 믿을 수는 없다. 모두들 오늘까지 참된 것으로 되뇌거나 묵과하고 있는 것들도 내일이면 한낱 실체 없는 견해에 불과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선인들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 것도 지금 시도해 보면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임을 알게 된다."

동감한다. 다른 사람들의 충고보다 내가 소중히 해야 할 것은 바로 시도해 보는 것이다. 직접 해보면 그때는 명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 시간에 직접 시도해 보자.

 

"실제로 나이 든 이가 젊은이에게 해줄 중요한 충고라고는 없다. 그러기에는 그들의 경험이 지나치리만큼 불완전하고 그들의 삶은 너무나도 참혹한 실패였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것을 개인적인 사유 탓으로 돌린다. 그들은 그런 경험과 모순되게도 어느 정도의 신념을 품고 있다. 문제는 전처럼 젊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체질이 제각기이듯 자연과 인생 역시 다양하기 그지없다. 남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인생의 선배들의 충고를 모두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다. 선배들이라고 해서 인생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가끔은 저 충고가 과연 나를 위한 진정성이 있는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충고는 감사히 받되 받아들이는 것은 후배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대가 발전했다고 해도 생존의 기본 법칙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특히 거의 모든 생물체에게 있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유일한 요소는 식량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많은 일상이 바뀌어버렸다. 인간 생활의 3가지 기본 요소 의식주 중에 식에 대한 큰 변화가 있었다. 집과 옷은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당장 가게에서 먹는 것을 상당 사람들이 꺼리게 되었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그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직접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존의 기본 법칙 식량 확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한 번은 어떤 숙녀께서 내게 현관에 깔 매트를 주겠다고 했으나 내게는 그걸 털 짬도 없기 때문에 사양한 적이 있다. 나는 문 앞에 있는 풀밭에다 발을 문지르는 것이 더 좋았던 것이다. 화근은 애초부터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소로처럼 풀밭에다 발을 문지를 수는 없지만 피식 웃음이 나왔던 문장이다. 핵심은 알겠다. 화근은 애초부터 피해야 한다는 것.

 

"지성이란 식칼과 같아서 사물의 비밀을 인식하고 갈라낸다. 나는 필요 이상으로 두 손을 바삐 놀릴 생각이 없다. 내 머리가 곧 두 손이며 두 발인 것이다. 내 모든 최고의 기능은 머릿속에 집중돼 있다." "제자리에 앉아서도 정신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이점을 나는 책 속에서 누렸네. 포도주 한 잔으로 취하는 즐거움을 나는 심오한 학설이라는 술을 마심으로써 맛보았네." -시인, 미르우드-

멋있다. 나는 언제쯤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나는 보다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내는 일이 유익함을 알고 있다. 아무리 좋은 상대라도 함께 있으면 이내 싫증이 나고 좋아하는 감정도 식기 마련이다. 나는 홀로 있기를 좋아한다. 고독만큼 상대하기 좋은 친구를 보지 못했다. 우리는 대부분 방에 박혀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과 섞일 때 훨씬 더 외로움을 느낀다. 생각하거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 늘 혼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는 자주 만나는 일을 그런대로 참아 주고 싸움을 벌이지 않기 위해 이른바 예절과 정중함이라는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지 않을 수 없었다."

적당한 고독을 즐기고 사랑하고 소중하지만 타인과의 거리감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나는 경험에 의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신이 꿈꾸는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면서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은 받아들이고, 어떤 일은 내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게 된다.

삶을 단순화하는 데 비례하여 삼라만상의 법칙은 덜 복잡해질 것이며, 고독도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며 약점도 약점이 아니게 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어느 날 시내에서 망가진 구두를 수선하고 인두세(노예제를 지원하는 정부의 세금)를 거부하면서 쏘아 올린 작은 공이 그의 가장 유명한 논문<시민 불복종 의무에 대하여>을 탄생시켰다. "부당한 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법을 준수하는 데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수정하려고 노력하면서 성공을 거둘 때까지만 준수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그 법을 어겨야 할 것인가?"

 

1800년대를 살았고 40대 중만에 삶을 마감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의 골수를 파고드는 삶의 지혜를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이 쓰였을 당시와는 많은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 만약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020년을 살아가고 있다면 어떤 통찰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지 그의 생각이 무척 궁금해진다. 꽤 두꺼운 책으로(500여 페이지) 쉽고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주 곁에 두고 읽어나가고 싶은 책'임은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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