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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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표지에 다소 노골적이지만 까칠하고 솔직한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한 에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연예부 기자 경력 10년. 모바일 매체 <뉴스 에이드> 운영 5년 합쳐서 사회생활 15년. 소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로맨스 푸어>와 에세이 <혼자가 좋은데 혼자라서 싫다>등을 집필한 이혜린 작가다.

 

 나쁜 마음이 들어도 그 마음을 솔직하게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을 또는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에세이는 독자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문장들이 많아서 마치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와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희생까지는 아니더라도 홍익인간(뜻 :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 이념을 마음에 품고 어느 정도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나 혼자 홍익인간 이념을 실천한들 소용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던가. 24시간 온전히 케어를 받아야 하는 아기를 벗어나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현실을 조금씩 알게 된다.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그래도 양반이다. 사회에 나오면 이것은 총성 없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내가 배려한다고 해서 착하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다. 나쁜 마음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사람들과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생각보다 아주 자주 말이다.


정말 재미있는 글들이 많지만, 특히 내가 공감 했던 13개의 글에 곁들여 내 생각을 정리해 본다.

 

1-듣기 싫은 거 알겠으니 잔소리 그만할게. 너도 내 말대로 안 할 거면 애초에 상담을 하지 마, 좀.

# 꼭 이런 사람들 있다. 말하는 나도 입 아프다. 상담했으면 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서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 그냥 내 생각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라면 말 안 하고 싶다. 입 아프다. 어차피 본인 고집대로 할 거잖아?

 

2-기가 막히게 미묘한 지점에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다. 차라리 확실하게 선을 넘으면 확 베어버릴 텐데. 깔끔하게 선 밖에 있으면 신경도 안 쓸 텐데.

# 그 미묘한 지점에서 신경 쓰이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기가 막힌다. 신경 안 쓰는 게 최선인 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실천이 항상 어렵다.

 

3-손절에 늦은 때는 없다. 가장 늦었다 싶을 때가 가장 이른 때다. 싹수 노란 인간의 가치에는 하한가가 없으니까.

# 그렇지. 그렇고말고. 싹수 노란 인간들의 하한가는 없다. 빠른 손절만이 내가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는 길이다.

 

4-말끝마다 이거 붙이는 사람 있다. 아니면 말고, 싫음 말고, 아님 말던가. 싫음 말던가. 되게 강박적으로 붙이는데 되게 절박해 보이는 거 모르나. 먹히지도 않을 센 척보단 차라리 약해 보이는 게 나을 텐데. 아님 말고^^

# 아 진짜 말끝마다 이거 붙이는 사람들 별로다. 처음에는 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자세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실은 센 척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었다. 잘 지내시는지 모르겠다. 아님말고 입에 붙이고 다니셨던 분 ^^

 

5-정상인이 없다. 미침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걸 받아들이면 편한데. 자꾸만 이 사람은 아니겠지. 희망을 품게 되고 결국 반전을 받아든다. 정상인 듯 보여도 아니다. 비슷한 놈인가 싶어도 다르다.

#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 느끼게 된다. 생각보다 정상인이 없다는 걸. 사실 함께 일을 해보기 전에는 모르니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함께 일하지 않고 웃으며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라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러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함께 일하며, 겪어보면 안다. 그 사람도 사실 이기적인 다른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걸.

 

6-일도 하고 돈도 벌면서 성장을 하고 내 자아도 실현하는 그런 직업. 워라벨 지켜주면서 승진도 시키고 연봉 인상하고 복지도 증진시키는 그런 회사 진짜 있을 줄 알았지 뭐야. 대충 살 걸 그랬어.

# 공감 100% 아니 1000% 아니 10000%!!! 아무렴 그렇고말고. 빨리 깨달아야 회사 스트레스 안 받고 다닐 수 있다. 회사에서 롤모델이나 멘토를 찾기 힘들었다. 리더들에게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마음 편했다. 내가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면 인정받고 행복한 회사 생활이 보장될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이 이제는 희미한 추억이 되었다. 어떤 회사에서든 눈치껏 빨리 일을 배우는 사람이 현명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퇴근하는 순간 회사일은 다 잊어야 한다는 것.

 

7-사회생활이란, 어금니를 악무는 동시에 활짝 웃은 법을 터득하는 과정

# 웃자. 웃으면 복이 들어온다고 했다. 활짝 웃자. 어금니 악물어서 사각 턱 되면 안 된다. 아 사각턱 방지 보톡스가 있구나. 다행이다.

 

8-돈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 뭐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후배들이 꽤 있다. 나도 한때는 그랬다. 나의 고급진 노동력을 싼값에 후려치는 회사가 날강도 같아 보였으니까. 그런데 선배가 되고 보니 그런 후배들, 참 귀엽다. 그래 돈 받은 만큼만이라도 좀해. 너희 월급 값 다하려면 당분가 휴일 없을걸.

# 후배님, 적어도 그 마음을 나한테 들키지 마. 돈 받은 만큼 일하겠다며 대충하는 너의 태도를 보면 화가 나니까. 꼭 일도 잘 못하는 얘들이 그러더라.

 

9-웃겨. 네 일이 따로 있는 줄 알아? 내가 시키는 게 네 일이야. 내가 미룬 것도 네 일이고. 꼬우면 승진해

# 후배님, 너도 승진해봐. 너도 선배가 되서 후배를 받아보면 알거야. 그때 까진 죽어도 모를 거야.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겠지.

 

10-남친 땜에 인생 바꾸지 마. 어차피 10년 후 각자 자기 아이 프사에 내걸고 건조한 안부나 주고받을 사이

#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 사람 잘 안 변하니까 남친 때문에 인생 바꾸지 말라는 조언은 주옥같지만, 시간이 지나 각자 아이 사신 프사에 걸고 건조한 안부나 주고받을 사이가 되어 버릴 사이. 우프다.(웃음)

 

11-과정은 중요하지 않다.누가 누구에게 비수를 꽂았고 누가 누구를 투명인간 취급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둘 다 내상과 외상을 입었다

관건은 누가 먼저 멀쩡해지느냐다. 한때 전부였던 연인 간의 승부는 바로 그거다.

# 맞다. 이별 앞에 승자, 패자 이런 것들은 의미가 없다. 이별 후 관건은 누가 먼저 멀쩡해질 수 있는가다. 한때 전부였던 사람을 떨쳐내고 다시 멀쩡한 일상생활로 복귀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별 후 일상으로의 복귀가 어디 쉽던가.

 

12-운동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받지 않아야 합니다. 술, 담배, 매운 음식 안 됩니다. 자신을 아끼셔야 해요. 네. 로또 되면 그렇게 할게요.

# 나도 로또 되면 가능할 것 같다.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도 잘 관리하고, 매운 음식도 조금만 먹고 (웃음) 아 근데 로또부터 사러 가야겠다.

 

13-어차피 세상이 엉망인데, 나 혼자 공명정대해서 뭐 할 건데 살다 보니 다 나름의 사정이 있더라고 권선징악은 세상 게으른 작가가 대충 쓴 결말이었어.

#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했다. 모든 일에는 그 나름의 사정이 있는 법. 나 혼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도 소용없다. 남들에게 해 끼치지 않고 조용히 소확행 누리면서 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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