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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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보 영화나 드라마에 CIA는 단골로 등장 한다.  주인공으로 또는 핵심 주변인물로 멋진 활약을 펼치거나, 복합적인 이유로 변절한 전CAI 요원들로 묘사 되곤 했다. CAI 조직도 다양한 업무포지션이 있겠지만, 특히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공작원들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날려한 몸놀림과 더불어 통찰력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는 모습.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뭔가 다른 세계 사람이구나 생각하곤 했었다. 드라마나 영화니까 부풀려서 CAI 요원 캐릭터를 만들었겠지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아마릴리스 폭스의 <언더커버>라는 책을 통해 진짜 CAI 에서 활동했던 사람의 회고록을 읽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굉장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더커버> 이 책은 전 CIA 엘리트 당시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이었던 '아마릴리스 폭스'가 스파이로 16개국을 오가며 살아온 삶에 대한 회고록이다. 회고록 답게 그녀의 어린시절 부터 현재 삶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당시 대학교에 진학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시절 계속 공부하여 경제학과 교수가 되었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외국 정부에 에너지 정책을 조언하는 하는 일을 맡았었다고 한다. 그녀와 가족들이 아버지를 보는 건 공항에서 맞이하거나 공항으로 떠나보낼 때였다고 한다. 그녀가 좀 더 성장한 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많은 나라를 돌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물론 가슴 아픈 가족사도 있었지만  많은 나라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CAI 요원이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을 것 같았다.

8살 때 그녀는 소중한 친구였던 로라를 항공기 폭탄테러로 잃었다. 충격이 컸던 그때 그녀의 아버지는 런던타임즈를 읽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네 친구를 빼앗아간 세력의 정체를 너도 알아둬야 해. 그럼 지금보다 덜 무서울 거다.' 그렇다. 세상의 이치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적을 정확히 알면 덜 두렵다. 그녀는 그렇게 런던타임즈 등을 읽으며 사회 경제 정치적 이슈를 어린 나이 부터 접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대학 입학 1년을 미루고 랑군의 군사 시설에서 탈출한 버마 국경의 난민들을 돕기위한 자원 활동을 신청했다. 졸업 무도회의 드레스 값을 여행사에 고스란히 내주고 '태국'행 항공권을 가지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 이 경험이 그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난민캠프에서의 난민 생활의 단상을 기록해 신문사에 투고했다. 그러다가' 민 진'이라는 버마의 반체제 작가와의 만남으로 '아웅 산 수치'를 직접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의 인터뷰가 BBC에서 무사히 방송될 수 있도록 그녀는 목숨을 걸고 노력했다. 그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녀는 세상을 단순히 관찰하는 게 아닌 실제로 변화시키는 황홀감을 맛보았다고. 버마의 군부와 맞닥뜨렸던 큰 경험을 가지고 그녀는 옥스퍼드로 돌아와서  국제법과 신학을 공부한다. 그녀가 옥스포드를 선택한 이유는 국제법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 치와 민 진의 발자취를 따르고, 언젠가 힘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부조리함에 대항하는 자신만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였으나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조지타운 대학원에서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게 되는데, 이를 본 CAI 가 그녀에게 스카웃 제의를 한다. 그녀의 나이 22살에 선발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동남아 분석팀으로 배정되었다가  졸업 후,대테러 센터 이라크팀 즉 전쟁의 한 복판 공작팀에 배정되었다. 가장 위험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는 최종예 비밀작전에 투입 되어 전 세계 가장 위험한 6개국 테러집단 추적하고,알 카에다에 납치된 포로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대량살상 무기가 테러범들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했다 . 테러 조직 출신의 수감자들을 만나고, 국제 암시장에서 무기상들로부터 생화학무기를 구입하기도 했다고.

 
"테러는 점증적인 심리 게임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건 최근의 공격이 아니다. 다음 차례지."

 

똑같은 참수 영상을 수백 번씩 보고, 그때 마다 화면상의 다른 구역으로 초점을 옮겨서 범행 장소를 알아낼 단서를 놓친 건 없는 지 메모하며, 수백 시간 분량의 브리핑 영상을 훑어보고 통화기록을 가지고 방 하나 가득채울 만한 지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죄 없는 민간인들의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다. 이외에도 엘리트 작전 훈련. 유인, 비밀연락, 접촉, 전달, 추적 탐지 등 기본 과정을 배우는 CAI 현장 첩보술 코스에서 선발된 일부만 '농장'이라고 알려진 버지니아의 비밀기지로 옮겨가 트루먼쇼와 같은 세트장에서 지구상 가장 힘든 첩보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 이름도 주어진다고.

CAI 공작원들은 대부분 외교관으로 위장한 채 파견되어 낮에는 미국 대사관에서 하급 서기관으로 일하고 밤이면 첩보 대상을 좇는다고 한다. 하지만 테러 네트워크에 침투하려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신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가, 예술가, 구호 활동가 등 자신의 프로필과 임무에 맞는 구체적인 위장 신분과 변장은 필수라고.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그녀는 중국으로 6년동안의 파견을 나가게 되는데 동기였던 CAI 요원 딘(아프가니스탄)과 실리적으로 감행한 2번 째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임신. 도청이 있는 결혼생활이 시작된다. 새로운 위장 신분이 견고해질수록, 현실은 거기에 가려졌고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무기상을 같은편으로 만들기 위한 진심을 쏟은 노력이 필요했으며, 무기상의 거래처를 파악하고 그 무기가 사용되지 않을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그녀는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를 소통의 매개체로 이용했다. 폭격을 막기 위한 접선이 시작된다. 그곳에서 만난 지하디 용사의 우두머리의 아기는 천식이 있었다. 첫 딸을 낳고 엄마가 된 그녀는 섬세하게 그 부분을 파악하여 정유향을 권했고, 상대는 알리섬(하얀 꽃송이/ 맛은 브로콜리와 비슷 천식에 좋음)를 그녀에게 전달한다. CAI에서 전보가 도착했다. 


"무사 평온한 오후. 위협이 지연됐거나 새로운 목표물로 옮겨간 것으로 보임. 축하함."

 

그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가족들 사이에서 안정을 찾아갔지만,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실리적으로 결혼한 상대인 딘과의 사이를 좁힐 수는 없었다. 첫째 딸 조이와 함께 세상에서 다시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할지 아직은 몰랐지만 변장을 하고 숨는 일만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CAI 은퇴 후, 그녀는 민감하고 정직한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갈등을 종결하는 일. 범죄자들과 상담하며 피해자를 만나 사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한다. 다시 이라크와 요르단, 터키로 날아가 점점 늘어나는 난민촌을 돌며 화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작가이자 평화운동가로 활동중이라고.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외에도 책을 통해 정말 흥미진진한 실제 CAI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그녀의 인생은 모두 비밀리에 이뤄졌다. 심지어 결혼까지도. 디테일하고 풍성한 이야기가 가득한 CAI 요원 회고록 <언더커버>는 매혹적이다. 책을 읽으면서 위장 첩보원의 열정과 고독 그리고 쓰라린 고뇌를 간접경험할 수 있었다. 언더커버를 원작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그녀의 삶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낼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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