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밥상
박중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검은색 배경에 숫가락 위 빨간 바이러스들이 묘사된 표지 그리고 책 제목은 '종말의 밥상'. 과연 이 책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까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이겠구나 막연하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집 식생활 전반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최대한 독자를 배려해 이해하기 쉬운 문체와 내용이라서 평소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코로나19의 공습이 본격화되었다. 밥상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왜 갑자기 코로나 이야기를 꺼내는가 궁금할 것이다. 우리의 밥상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코로나19가 발생 주원인으로 알려진 박쥐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 박쥐를 먹는 사람들의 존재에 놀랐었다. 하지만. 박쥐요리는 동남아시아에서 궁핍하던 시절 서민 음식 재료로, 그리고 최근에는 도시인의 별미 음식 재료로 그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인간의 거주지와 박쥐의 서식지가 겹치면서 문제가 초래되어다는 것이다. 박쥐는 버틸 수 있는 여러 바이러스들이 박쥐를 먹는 인간의 몸에 들어오면 인간은 그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언제라도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바이러스로 인해 총성이 울리지 않는 전쟁상황이 펼쳐졌고 지구촌 전체는 속수무책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도 박쥐 바이러스의 변종이라고 한다.
 

 
자연을 거스르고 인간의 이기심을 채우기위한 먹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비닐하우스 농사는 농산물들을 계절에 상관없이 식탁에 오를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이제 제철 개념이 상당 부분 사라져 버렸다. 딸기는 제철이 180도 뒤바뀐 대표적 농산물인데. 산업화 이전에는 6월은 되어야 딸기를 맛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딸기는 12월에 출하되기 시작해서 이듬해 여름이면 마트 판매대에서 대부분 모습을 감춘다. 조물주가 더운 날씨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으라고 보내준 새콤달콤한 열매인데,인간은 그런 창조의 섭리에 관심이 없다. 작은 열매를 크게 만들어 겨울에도 양껏 먹을 수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굴린다. 생각해보면 유명 호텔과 프랜차이저 딸기뷔페 행사들도 대부분 2월~3월에 열리고 있다. 때문에 나도 딸기 제철은 2-3월이라 알고 있었으며 그때 먹는 딸기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다. 딸기의 제철이 6월 이었다니 당황스러운 사실이다.   
 
풋고추도 여름철에 먹던 농산물이지만 요즘은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 고추는 본래 여름에 풋고추 형태로 따 먹다가 가을이면 홍고추 형태로 수확해 고춧가루로 이용하던 작물이라고 한다. 비닐하우스 농법 발달로 이제는 아무 때나 밥상에 올릴 수 있다. 풋고추도 마트에 가면 항상 있던 야채중 하나였기때문에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먹거리의 당도를 높이거나 크기를 비대하게 만드는 기술은 여러가지인데, 과일나무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잎의 수용성 인산칼슘, 염화칼슘 등을 뿌려주거나 수확 전에 에틸알코올을 물에 희석해 살포하기도 한다고. 수확기에 질소 비료 흡수를 억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성장촉진제의 일종인 지베렐린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농민들은 주머니가 두둑해지므로 이같은 기술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힘들 것이다. 문제는, 당도 높은 과일을 과다 섭취하면 혈액의 지질 농도가 변화해 염증이 생기기 쉽고 혈압 상승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눈부신 과학발전에 발맞춰 오늘날의 닭, 돼지, 소의 사육 상황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과거에는 닭은 농가에서는 1년 이상 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개중에는 10년 이상 생존해 할머니,할아버지 닭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종닭은 본래 10-15의 기대수명을 갖고 태어나 오래 살면 주인의 말귀도 일부 알아듣는 등 영물이 된다고 한다. 놀랍다. 하지만 이제는 과학자들의 품종계량 덕분에 한 달 정도만 생존하는 동물이 되고 말았다. 알이 많이 낳거나, 살이 잘 찌는 닭 등 몇 종류로 품종이 고정되어버린 것이다. 이스라엘의 어느 대학 교수가 '털 없는 닭'을 개발했다고 한다. 가공업자들의 털뽑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신품종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인간의 교만함의 끝은 어디인가. 털없는 닭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돼지는 자연 방사하면 아무래도 활동량이 많아 비계가 잘 형성되지 않고 뱃살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거세해서 야성을 상실시키고 꼬리와 이빨도 잘라내서 공격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활동을 최소화시켜 사료를 먹고 배설하는 일만 되풀이하게 한다. 쓸데없는 일에 칼로리를 소모할 일 없게 하여 뱃살이 최대한 많이 나오게 만든다. 우리가 회식에서 자주 먹는 삼겹살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생선도 심각하다. 강, 호수, 바다에 스며든 독성 물질 등 각종 오염 물질로 기형이 되거나, 중성화하는 해괴한 일들을 물고기들도 겪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괴물고기들을 먹고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은 물고기들, 그리고 그 물고기들을 먹는 인간. 사람 몸으로 들어온 플라스틱은 각종 난치병, 불치병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몬도가네 음식'(기이한 행위, 특히 혐오성 식품을 먹는 등 비정상적인 식생활을 가리키는 단어) 이었다. 사람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무언가를 먹고, 그 다음 미각에 어필하기 위해 먹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먹고, 좀더 여유 있는 사람들은 그 음식을 둘러싼 문화와 역사를 음미하며 음식을 즐긴다. 그렇게 각 나라의 몬도가네 음식들이 탄생했다. 박쥐요리,원숭이골, 쥐꼬리. 고목에서 나온 애벌레, 박쥐, 곰발바닥, 녹용, 사슴피, 세발낙지 등등. 도축하는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혈액이나 장기, 분비물, 분변 등은 바이러스의 온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즉석에서 도축한 야생 고기가 냉동고기보다 신선 하다고 생각하며 먹는다. 도축한 동물이 중간숙주일 경우 변이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달려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된다.
 

 
인류가 지금처럼 육류와 물고기를 풍요롭게 소비한 적이 있었던가? 축산업과 수산업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덕분이다. 생산성 향상에 동물용 항생제가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약은 항상 좋기만 할까? 당연히 아니다. 돼지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 등의 형태로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그것을 먹은 인간에게로 돌아왔다.
 

 
우리는 더 이상 동물 생태계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자손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당장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연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 이제까지의 습관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숲에서 야생동물의 몸에 기생해야 할 바이러스들이 졸지에 인간 세계로 불려 나오는 형국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결심했다. 최대한 자연의 이치에 맞게 생산한 것을 먹을 것이다. 또한 제철 천연 재료를 사용하되, 되도록이면 오색오미 밥상(녹색,빨강,노랑, 백색, 검정색-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맛)이 될 수 있도록 식재료의 색깔도 고려할 것이다. 대충 구매할 것이 아니라 당장은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도 로컬푸드 매장이나 파머스마켓에서 최대한 유기농, 친환경, 무항생제 식자재를 구입할 생각이다. 이런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양심적이고 윤리적인 법제화가 함께 수반되어야 종말의 밥상을 생명의 밥상, 희망의 밥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