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상처

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얼마 전, 몽블랑(몽실북클럽 독서모임)에서 나혁진 작가님의 <낙원남녀>을 읽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2020년 몽실북스에서 발표한 신간 <상처>를 읽게되었다. 두 작품의 색깔은 좀 다른데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이슈가 담겨있었던  이번 신간 <상처>의 몰입도가 더 높았다. 

몰카, n번방, 벗방 등 최근에 일어난 성범죄들은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으로 스며들어오면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했다. 자극적이고 점점 진화하는 사건 사고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는 전국에서 하루 50건 가까이 벌어진다고 한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 사고들을 이렇게 책으로 읽으니 TV나 다른 미디어 매체로 접할 때 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고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계속 생각을 했다.  검은 그림자의 진실은 생각보다 놀라웠고 마음이 아팠고 슬펐다.

이 책의 주인공인 호진은 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잃기 전 형사였다. 아내와 딸 예나가 떠나고 형사를 그만둔 뒤 매일 술을 마시며 망가진 생활을 하고 있었다.아내와 딸을 떠내보낼 수 밖에 없었던 호진이 처한 상황도 마음이 아팠다. 호진이 술에 찌들어 살던  어느 날, 그의 상사였던 백동표 과장이 찾아와 비공식적으로 사라진 자신의 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호진을 찾아 왔다.

"은애가 사라졌다"

 사라진 딸  은애가 한 포르노 사이트에 등장했다. 이상하다. 자발적으로 영상을 찍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평소 알고 있었던 은애 이미지와는 다르다. 은애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은애는 도대체 어떤 아이였을까? 백동표 과장은 아무리 과거에 전도 유망한 후배였다고는 하지만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알콜중독 전직 형사에게 절차를 밟지 않고 은밀히 요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딸을 위하면서도 왜 아버지인 백동표 과장은 공개수사를 망설일까?

은애의 엄마 아빠, 그녀의 삼공주 친구들. 그리고 대학판 심부름꾼 이선태. 의외의 포르노사이트 운영자. 인천 최고의 어둠의 황제 김철권. 그리고 그녀의 딸 김지현.개방적인 젊은 커플 등 <상처>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현실감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 덕분에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굉장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소설 분위기는 어둡다.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고등학교 때까지 모범생으로 착하기만 했던 대학생이 된 예쁜 딸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기가막힐 노릇인데 사라진 딸이 포르노에서 발견된다면 어떤 부모가 제정신일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이면에 아프고 슬픈 검은 그림자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소설의 핵심인물 3명의 동선이 극적으로 엇갈렸다. 그래서 누군가의 몸에,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가 새겨졌다. 검은 그림자의 진실은 결국 후회와 눈물만 남게 되었다.

남녀의 은밀한 행위를 팔아 그것으로 돈을 벌 수도 있는 희안한 사회구조. 또한 너무나 쉽게 그 정보와 영상을 공유할 수도 있는 우리사회.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n번방 공범들의 신상이 공개되었을 때 모두가 경악했다. 그들의 악랄한 수법은 물론 일단 나이가 생각보다 어렸고, 그들의 얼굴 생김새 또한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상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