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였던 사람이 떠나갔을 때 태연히 밥을 먹기도 했다 (무지개 리커버 에디션) - 개정증보판
박근호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

전부였던 사람이 떠나갔을 때 태연히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표지에 시선을 빼앗겼다.

무지개 리커버 에디션이다. 이리저리 책의 각도를 바꿔보며 변화하는 무지개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책 제목으로 시선을 옮겼다. 슬픈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일단 살긴 살아야 하니까 밥을 먹긴 먹는데, 작가는 어떻게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의 경험에 담긴 지혜와 마음가짐을 알고 싶어 산문집을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사랑의 방식]

그 사람은 내가 마음을 다 줘버려서 떠난 게 아니라 원래 떠날 사람이었던 것이다. 내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맞지 않는 사이였으며 그 사람은 사랑이 충만해지면 감사함보다는 당연함을 더 느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랑 앞에서 마음을 다 주는 것, 그건 죄가 아니다. 그저 사랑의 방식일 뿐.

여전히 사랑은 어렵지만, 내 사랑이 서툴고 힘겹게 느껴지던 시절이 이었다. 좋아는했지만 사랑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사람과 헤어지고 모든 생활에 영향을 받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져도 이렇게 힘든데 진짜 사랑해서 헤어지면 이건 보통일이 아니겠구나 생각했었던 시절. 그 시절 나는 내 탓을 했었다. 그래서 너무나 괴로웠다. 내가 아무리 사랑했어도 그 사람은 원래 떠날 사람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냥 맞지 않는 사이였을 뿐 이다. 사랑의 방식은 모두가 다르니까.

[비애]

싸워야 하는 상대가 우리가 아님을 알면서도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우리뿐이라 우리끼리 싸우다 우리끼리 지친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가끔 내가 화를 내야할 상대는 그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있어서 그 사람에게 화를 내곤했다.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그 사람에게 화를내고 싸워야 하는 상대가 아님을 알면서도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화를내고 싸우고 말았다. 그렇게 서로를 지치게 만들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않기. 그리고 싸워야 하는 상대를 명확하게 할 것. 슬프고 서러운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삼척]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순간으로 많은 것을 미루며 살아왔다. 다음에 같이 가자는 말보다 그날 저녁 손을 덥석 잡고 삼척행 버스를 탔어야 한다. 더 나은 선택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미루지 않았어야 했다.

다양하고 많은 기회가 항상 있는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다. 기회는 항상 내 곁을 맴돌며 지나간다. 그것을 깨닫고 그 기회를 꽉 잡는건 나의 몫이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 온다는 것. 또한 그 기회를 미루면 다시 찾아오기란 힘들다라는 것. 어떤 느낌이 올 때,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당장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한다. 미루지 않고 당장 실행했을 때 대부분의 결과들도 좋았다.

[흉터]

내 오른쪽 뺨에는 큰 흉터가 있었다. 입 바로 옆에서 시작돼 눈 바로 밑까지 이어지는 큰 흉터, 날카로운 것에 긁혔다. 심지어 피부 결 반대 방향으로 상처가 나서 깊이도 깊었고 눈에 굉장히 잘 보였다. 길이 또한 4센티는 족히 넘었으니까. 다쳤을 당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흉터가 됐다. 오래 함께했던 흉터라 내겐 익숙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땐 덮어 두고 싶은 흉터도 한 번은 꺼내서 지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덮어 두고 살더라도 훨씬 빠르게 잊힌다.

흉터, 상처는 골든타임이 있는 것 같다. 다쳤을 당시 바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꽤 오래 가지고 있게 된다. 이미 한 번 생긴 흉터나 상처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처음 깨끗했던 상태도 돌아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 흉터, 상처를 한번쯤은 꺼내서 지워주고 치료해줘야 회복의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무음]

나도 겪었고 지금 이 동생도 겪는 문제. 모든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표정과 말투 하나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힘들어하고 있었다. 갖고 싶은 것일수록 사랑하고 싶은 것일수록 자기 그대로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너무 힘을 빼면 떨어뜨려 깨지기 마련이고 너무 꽉 쥐면 상대가 도망하거나 숨이 막혀 으스러진다.

자연의 섭리. 있는 그대로 둘 것. 욕심이 날수록 마음을 비우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신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바뀐다. 마음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너무 꽉 쥐어서 숨 막히지 않도록 그리고 너무 힘을 빼서 떨어뜨리지 않도록. 자연의 섭리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것.

[태어난 이유]

'죽고 싶을 땐 최선을 다해서 그 자리를 피해라. 그럼 살 수 있다' 그날 그렇게 목숨을 건졌다.

잊지말자. 나는 우주에서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다. 죽고 싶을 땐 최선을 다해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호수]

너는 어디에서 사랑을 느껴? 내가 무엇을 하면 내 마음이 드릴 것 같아? 좋아해. 많이 좋아해. 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너를 외롭게 하고 싶지도 않아. 나에게 알려줘. 너의 언어를. 네가 느끼는 사랑을 말이야. 네가 바다를 호수라고 불러도 괜찮아. 다 괜찮아. 나에게 너를 알려줘. 너도 나를 알아가줘.

우리 더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나누자. 나에 대해 너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야. 넌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야.

다 괜찮아. 우리 서로 더 배려하고 더 알아가면서 예쁘게 살자.

[두 번째로 행복한 일]

'가장 슬픈일과 가장 행복한 일을 한명씩 말씀해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없네요.' '그럼 두 번째로 행복했던 일은요?'

그렇다 '가장'이라는 단어를 삶에 붙이지 않는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어떤 사람에게는 '가장' 이라는 단어가 가장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수 많은 것들 중에 선택을 해야하는데 명확하게 대답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무엇이 됐든 선택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차피 물어본 사람도 별 생각 없이 질문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나이]

추억이 없다고 아쉬워하지 말자.분명 우린 많은 날을 웃으며 보냈다. 가진게 없다고 슬퍼하지도 말자. 어차피 우린 빈손으로 태어났다. 쉽게 지친다고 절망하지도 말자. 그 누구보다 눈부시게 살고 있으니까. 앞으로 마주할 많은 것을 예전처럼 뜨겁게 대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이가 들면서 틀린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게되었다, 아..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최선을 다하지만 그 결과는 하늘에 계신 신께 맡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