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도에서 넘어지며 인생을 배웠다 - 넘어져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법
캐런 리날디 지음, 박여진 옮김 / 갤리온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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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라는 나이에 처음 서핑에 도전하면서 무수히 넘어진 시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 시간들이 쌓여 17년이나 서핑을 지속하고 있는 그녀의 인생과 서핑이야기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


이 책의 저자인 캐런 리날디는 하퍼콜린스 편집장이자 영화 [매기스 플랜]의 원작자다. 그녀는 20년 이상 편집자로 일했고, 뉴욕타임즈, 오프라닷컴, 타임지 등 여러 매체에서 컬럼을 쓰고 있다. 이 책은 그녀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젊지 않은 나이게 시작한 서핑을 계기로 형편없이 못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에 대해 쓴 글이었는데, 이 컬럼이 10만 회 이상 공유되면서 수 많은 사람들에게 못하는 일에 도전할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역경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중요하다. 인생은 언제나 계획한대로 흘러가지도 않을 뿐더러 생각지도 못했던 고난과 시련 그리고 행복은 종합선물 세트로 함께 찾아오기 마련이다.

 

평소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기했다.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자유롭게 서핑하는 모습이 꽤나 쿨해보였다. 하지만 이 멋있는 순간은 찰나이며, 끝없이 패들링하고 파도를 타기 위해 일어나지만 넘어지고 물에 빠지는 순간들이 대부분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녀가 첫 서핑 수업을 받은 후 파도를 잡기까지 5년이 걸렸다고 한다. 서핑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꽤 많이 다치기도 했는데,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고, 왼쪽 무릎의 연골이 파열됐고, 손가락이 부러지기도 했으며 서핑보드 레일에 수도 없이 머리를 맞았다고 한다. 이렇게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그녀가 서핑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핑을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가정해보자. 만약 어떤 새로운 일에 도전을 했는데 이제 겨우 좀 알겠다라는 감이 느껴지는 그 시점이 5년이라면, 보통사람이 그것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인생을 서핑으로 생각해 본다면 완벽한 서퍼로 보이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경우 학문을 들여다보지 않을 때에는 첼로를 연주하거나 매듭공예를 즐겨한다고 한다. 그들은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을 음악을 연주하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매듭을 만들어 벽에 걸어두는데, 끔직하게 못해도 상관없고 그저 직관에 따라 그런 일을 한다고 한다. 작가는 이렇게 조언한다.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고 못하는 일을 하라고. 그리고 못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 될 수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이 뛰어나게 잘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몇 개 되지 않는다. 못하는 일을 계속 피하다 보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불필요할 정도로 피하게 된다. 새로운 재능이나 관심사를 발굴해 키우려면 처음에는 필연적으로 고통과 실패가 따른다. 누가 봐도 바보처럼 보일 것이다. 실패가 두렵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그 과정을 건너뛰곤 한다. 하지만 멘탈이 강한 사람은 그 일을 한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보상은 기대하지 않는다고한다. 바라기만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게 더 낫다. 아예 망치지 않는 것보다는 망쳐보기라도 하는 편이 나으니까.

또한 새로운 것을 배우는 행위가 다양한 신경 반응을 활성화한다고 한다. 이것은 행동 기억외에 다른 부분에까지 유익한 영향을 끼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행위는 중심이 되는 신경 체계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준다. 이것은 장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호기심이 많은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도 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아마도 완벽주의 성향때문이 아닐까. 모두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실수 없이 잘 하고 싶은 마음. 완벽주의가 실은 나약함에 대한 자기방어에 불과한데도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다. 완벽해지려고 애쓰다보면 그 일을 할 때 전혀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게 된다. 그냥 어떤 일을 한번 해본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많은 일을 시도할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 그 일을 못해도 괜찮다고 허락해주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매우 공감이 가는 문장이다. 살기 위해 버둥거리지 않는 아기는 절대 걷고 읽는 법을 배울 수 없다. 나도 어린 시절에는 잘하든 못하든 어떤 일을 제대로 할 때까지 끊임없이 시도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잘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도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고 마음을 접었다. 어떤 일을 못한다는 의미는 이런저런 목표를 내려놓고 이 일에는 처음부터 목표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한다. 목표가 없는데 어떻게 자신을 비판하겠는가?   부끄러웠던 순간, 당황스러운 순간, 억울한 순간 등.  대다수 사람들의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는 어떤 실패에서 나오지 않던가.


그녀의 이야기의 반전은 유방암 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살면서 두려워하던 것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유방암은 그녀의 두려움의 대상에 없었을 것이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파도를 타면서 서핑에서 인생을 배웠던 그녀에게 마지막 치료를 견디는 동안 훨씬 더 나쁜 일이 벌어졌다. 같은 쪽 가슴에 두 번째 종양이 나타난 것이다. '몸은 스스로 건강해지고 싶어 한다'고 했지만 신은 그녀에게 또 다른 시련을 주었다. 기회는 내려놓을 때 찾아온다고 했다. 나쁜 일이 생기기도 하고 어쩌면 그 나쁜 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그 길에서 행복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져 물 밖으로 나온다면 그리고 그 기분이 어떤 방식으로든 내 삶을 변화시키고 내가 더 행복하고 멋진 사람이 되게 한다면 서핑이 사회적으로도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지 않으면 그 일을 할 수 없다.

새로운 일을 시도한 게 언제인가? 돈을 버는 일도 아니면서, 생산적이지도 않은 그런 일을 시도한 기억 말이다.

설령 지독히 못하더라도 그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았는가?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의 파도다.

단 한 번, 단 한순간만 파도를 타도 파도는 끊임없이 우리를 끌어당기는데, 그 과정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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