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장해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엄마에게 나직하게 속삭이는 듯한 책 제목이 참 따뜻하다.

엄마도 엄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이 책의 저자는 12년차 방송 작가다. 언어를 활자로 만들어내는 일이 숨 쉴 틈 없이 변해가는 이 시대 속에서 천천히 호흡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그렇게 호흡하는 법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37편의 현실모녀 에피소드가 주된 내용이다. 어느 순간,, 아니 초반 부터 감정 이입이 되었는데, 엄마와의 추억이 생각나서 울컥하고, 코 끝이 찡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통곡할까봐,, 펑펑울고 머리아플까봐,, 살짝 다른책 읽다가 다시 돌아와서 읽기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 무사히 완독했다.

 

작가의 엄마는 21살에 엄마가 되었고 9년 뒤 이혼을 했다고 한다. 빛나야 할 20대에 엄마가 되느라 흘려 버린 그 시간들. 안쓰러웠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자식이 있어 버텼을 것이다.

 

우리 해주도 어른이 되면 엄마가 예쁘게 염색 시켜줄게.

올리브영 세일하는 날 나는 평소에 눈여겨 봐둔 염색약을 사서 엄마를 찾는다. 엄마는 색깔 예쁘게 잘 나왔으면 좋겠다 하시며 우리 자매의 긴머리 염색을 해주신다. 비싼 미용실 보다 나는 엄마가 염색해 준 머리가 더 좋다. 엄마의 솜씨가 좋아서 그런지 미용실에서 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엄마는 흰머리 염색을 혼자 한다. 내가 해줄게 말해도 소용없다. 혼자 하는게 더 편하다고 하시니까 말이다. 엄마 생각을 하니 또 울컥한다.

 

바득바득 소신대로 하겠다는 엄마를 이길 방법은 사실 없다. 그저 엄마가 이걸 쓰고도 아무 탈 없기를 바랄 뿐. 아! 요즘 주름이 는다고 엄마가 속상해했었지. 당장 달팽이크림부터 주문해야겠다.

냉동실에 가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이 있다. 엄마 이거 버릴까? 물어보면 엄마의 대답은 언제나 얼려둔건 괜찮아 하신다. 틀린 말은 아닌데, 혹시나 먹고 탈날까봐 걱정하는 딸의 마음을 엄마는 알까? 그래도 대부분 1주일 이내라 다행이다라고 위로해본다.

 

엄마가 그리할 때는 그럴 이유가 있는 거지.. 할머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시냐? 너도 나이 먹어봐. 별 거 아닌 거에도 그냥 좋고 마냥 기쁘고 애처럼 그런 거야.

우리 엄마도 외할머니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외할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엄마는 외할머니가 원하는게 있으면 다 해드리려고 했던 그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외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음악, 자주 드시는 약 떨어지지 않게 사다 놓던 엄마의 모습을 딸인 내가 다 기억하고 있다.

 

나는 엄마의 얼굴이 참 좋다. 특별히 화사하지도, 수수하지도 않은 얼굴, 너무나 평범해서 한 번 보면 그저 잊힐 것만 같은 얼굴, 특별하지 않은 엄마의 그 얼굴을 나는 사랑한다.

요즘은 참 좋다. 핸드폰에 찍어둔 엄마의 사진을 수시로 꺼내 볼 수 있으니까. 나도 엄마의 얼굴이 그냥 너무 좋다. 친척분들이 엄마 닮았구나라는 이야기 하실때 나는 기분이 좋다.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니까.

 

엄마는 그 거친 손으로 자식들을 키워냈다. 그 사포 같은 손을 쉬지 않고 놀려 매해 과시들을 만들어낸다. 엄마는 그 작은 손으로 매 끼니 따뜻한 밥상을 꾸리고 집안을 청결하게 한다. 그리고 그 손으로 가끔 자식들이 힘들 땐 안아주기도 하고 등을 토닥여주기도 한다.

엄마 손을 잡으면 엄마는 나에게 물어본다. 엄마 손 거칠어? 예전에는 쿨하게 대답했다. 엄마 그러니까 핸드크림 듬뿍 발라야 한다니까!! 라고 이야기 했다면, 요즘에는 아니야 엄마 손 괜찮아. 핸드크림 열심히 잘 바르고 있지? 나는 엄마 손 너무 좋아. 이렇게 말하게 된다. 엄마 손 더욱 자주 잡아드려야 겠다.

 

세상이 다 기억 못해도, 그럴지라도 나는 기억할게. 따뜻한 그 이름 세 글자.

엄마의 이름. 나도 엄마 이름 세 글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까먹는다 해도 나만은 꼭 기억할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엄마가 갱년기란 걸 알았어도, 이따금씩 우울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딸이 있었으면, 하는 걸 알았어도 마음으로 진심으로 위로한 적은 사실 몇 번 없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도 잘 위로하고 알아주고 읽어주면서. 정작 내 엄마에겐 그렇게 하지 않는 못된 딸이다 나는.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엄마의 갱년기를 많이 챙겨주지 못했다. 갱년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라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는데 나는 왜 더 신경써드리지 못했을까.나중에 한이 되지 않도록 엄마의 건강에 더 신경써야 겠다.

 

엄마는 내가 울며 전화한 그날, 밤새 한숨도 잠을 못 잤다고했다. 누구한테라도 전화해서 마음 한 톨 털어놓을 데가 없어쓰면 그 새벽에 엄마한테 전화를 다 했을까 싶어서. 그런 딸이 안쓰러워서. 곁에서 눈물 닦아주고 편들어주지 못해서. 무슨 일인지 속속들이 다 알아주지 못해서.

힘들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엄마다. 예전에는 몰랐다. 그냥 내 감정이 더 중요해서 일단 내가 속상하면 울면서 엄마에게 기댔다. 내가 울면 엄마도 운다는걸 깨달은 순간 부터 나는 엄마에게 울면서 전화하지 않는다. 자식이 울면 엄마 가슴에는 피멍이 드니까.

 

엄마, 아빠가 뭐래? 예쁘대지? 난 엄마 지금 커트머리가 훨씬 예쁘다. 예쁘긴 개뿔,,,, 아빠가 하나도 안 예쁘대.

젊을 때는 머리가 길든 짧든 어떤 스타일링을 해도 젊음을 무기로 다 소화해 낸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이가 들었는데 어울리지 않게 긴머리를 하고 있던 여성분들을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다. 우아한 단발로 스타일링한 여자 연예인들 사진을 엄마에게 보여주면서 엄마에게 단발머리를 권해보았다. 엄마는 아직까지는 긴머리가 더 좋다고 한다. 사실 아직까지는 나도 엄마의 긴머리가 더 좋다. 휴.다행이다. 엄마의 풍성한 머리숱 덕분이다.

 

나는 엄마가 있는 그대로,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내 옆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아주아주 오래.

나는 매일 밤 기도한다. 목숨보다 소중한 우리 엄마 100살까지만 오래 오래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즐겁게 살게 해달라고.

 

엄마라고 왜 다 내려놓고 싶은 순간들이 없었을까.엄마라고 왜 모든 걸 내다 던져버리고 싶은 욕구가 없었을까. 설거지며, 청소며 온갖 집안일도 저만치 좀 내버리고, 며칠이고 온통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고 가보고 싶으 곳도 가보고,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내가 먹고 싶은 것 위주로 잔뜩 먹는. 이런 모든 행위들을 누리고 싶었을 터였다.

 

솔직 담백하게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이 책 덕분에 엄마 생각도 많이 했지만, 엄마와 딸의 관계가 항상 좋을 수는 없지 않은가. 엄마와 부딪치는 부분도 치열하게 싸우고 화해해는 모습을 솔직하게 공유해줬고 그래서 좋았다. 마치 친구가 우리 엄마도 비슷해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엄마와 싸우기도 많이 싸우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편. 사랑하는 엄마, 보석 같이 빛나는 나의 엄마다.엄마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을 것이다. 앞으로는 후회 없도록 제일 좋은 거, 예쁜 거, 아름답고 고운 것들로만 엄마를 채워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엄마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글을 써내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이 엄마에게 기쁨과 위로가 되지 않을까. 우선 늘 고맙고 사랑하는 엄마에게 이 책으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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