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 180만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밍키 PD가 90년대생 직업인으로서 생존해온 방식
홍민지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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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없고요그냥성공하고싶습니다 #홍민지

#문명특급 #밍키pd

 


문명특급, 스브스뉴스.

나는 매화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환상의 케미를 보여주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재재pd와 문명특급 채널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문명특급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사람인 밍키pd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문명특급은 아이돌이나 연예인을 인터뷰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항상 연예인에게 웃는 얼굴과 리액션을 강요하고 장기를 요구하는 여타 방송과는 달리 문명특급에서는 연예인을 전문직업인으로서 존중한다. 밍키pd는 자기가 연출하는 문명특급에 출연하는 아이돌에게 안 웃기면 웃을 필요도 없고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해도 된다고 말한다. (의도적인 악마의 편집도 없다) 그렇기에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놀다시피 응한 인터뷰는 자연스레 재미를 더한다.

 


(너무도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연예인인 줄 아는) 재재pd와 밍키pd는 공영방송 업계가 대놓고 무시했던 초창기 뉴미디어에서 문명특급을 혜성같이 등장시킨 90년대생 pd들이다. 어떤 업계보다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업계에서, sbs 소속이지만 그 안에서 소속감이라곤 찾아볼 수도,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90년대생들답게 비주류라고 천대받던 뉴미디어에서 반기를 들고 지금의 뉴미디어를 이끌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역시 pd라 글을 이렇게 잘 쓰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편견이면 편견이겠지만 아무튼 글이 무척 재미있고 쉽게 잘 읽힌다. 나와 같은 90년대생 pd의 이야기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가 사회에서 겪은 일화들이 내가 그동안 겪었던 일화들과 겹쳐 보여서 공감이 많이 갔고 그런 사회를 비판하며 속 시원하게 써 내려가는 글들이 항상 마음 한 켠으로 사회에 반항심을 품고 있었던 내 마음 속을 벅벅 긁어주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같은 90년대생이지만 밍키pd는 나보다 세 살 위인데, 내가 지금 하는 고민들에 대해 멋지게 자신만의 해답을 만들며 이제는 사회초년생이 아니라 한 팀의 리더로서, 멋진 어른으로서 성장 중인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했고, ‘나도 3년 후면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저런 멋진 생각을 품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내가 어른 같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밍키pd는 어른처럼 보였고, 같은 90년대생이지만 내가 지금 겪는 방황들을 이미 다 거쳐간 사람처럼 보였다.

 


몇 년 전부터 라떼는 말이야와 같은 말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요즘 세대들꼰대들 간의 세대격차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계속되는데, 사실 지금의 90년대 생들도 이미 꼰대가 되어간다는 점에서 기성세대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90년대 생들도 지금의 2천년대생들이 무섭고 우리보다 더 진보적이고 자기표현이 뚜렷한 이들을 보며 놀라워한다. 90년대생들이 기존의 기성세대들에게 반기를 들며 우리들의 이해를 바란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2천년대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밍키pd는 그런 지혜를 탑재해 나의 워너비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나포함)90년대생들이 밍키pd같은 리더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90년대생들을 잘 이해하고 싶은 팀의 리더들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그리고 같은 90년대생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밍키pd의 글에서 그동안 우리를 짓눌렀던 올드하고 답답한 사회를 한 방 걷어차 주는 것 같은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고 우리도 곧 기성세대가 될 터이니 어떠한 리더로 성장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문장 #기록

 


110p.

이렇게 융통성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문명특급 연출팀의 리더가 됐다.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리더십에 관한 책도 읽고 나름 고민도 했는데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하기로 했다. 내가 팀을 빌딩하며 세운 나름의 원칙은 팀원에게 소속감을 강요하지 말자는 것이다. 팀의 일원으로서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말 대신 이 팀을 나가서도 살아남을 자기만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팀원들에게 소속감이나 충성심을 바라는 것보다 독립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성과를 냈다. 각자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 팀원들의 결과물이 곧 팀 자체의 퀄리티로 이어졌다. 나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그저 같은 팀에 소속된 사람들로 대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리더를 맡을 미래의 팀장이라고 여기며 대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오히려 프로젝트를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성취감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112p.

주체적으로 일할 줄 알아야지, 우리 팀원은 내가 시키는 일만 한다니까. 나 때는 안 그랬는데 90년대생이라 그런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팀장이라면 본인의 업무 능력부터 의심해봐야 한다. 그런데 주로 능력이 없는 리더들이 팀원들에게 무한한 충성을 바란다. 자신은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기 때문일까. 스스로 팀원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을 키운 후 팀원들에게 열정과 패기를 논하는 리더가 되길 바란다.

 



#기저귀갈아준적없으면키웠다고하지말자

26p.

TV에서 한 연예인의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그는 탄식을 내뱉었다. “쟤 내가 키웠는데 이제 연락도 없네.” 웃기지도 않는 선배의 조크에 괜히 손발만 오그라들었다. “선배, 혹시 저 연예인의 부모님이세요?”라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내가 장난치는 줄 알고 호탕하게 웃더라. 도대체 왜 본인들이 부모나 보호자인 것마냥 키웠다라고 하는 걸까. 막상 힘든 일이 터지면 부모나 보호자처럼 발 벗고 나서지도 않으면서. 출산율이 저조한 이 시대에 자기가 낳지도 않았으면서 키웠다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 걸까.

 


27p.

이보다 더 무서운 표현은 키워줄게. 이 말은 강자가 약자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이고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를 전제로 하여 상대를 절로 고개 숙이게 만든다. 상대방을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하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 “키워줄게라는 한마디로 상대를 현혹하는 사람은 반드시 우리 곁에서 걸러내야 한다. 탈이 날 게 뻔한 곰팡이 핀 음식에 손도 대지 않는 것처럼.

 



#꿈은굳이안이뤄도된다

38p.

꿈을 갖는 순간 타인의 평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따른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당신이 작가 자질이 있는지 선배 작가에게 평가받고, 평론가의 평가를 받고, 문예상의 평가를 받고, 출판사의 평가를 받는다.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소속사의 평가를 받고, 예중 예고 예대 입시의 평가를 받고, 오디션까지 가서 평가를 받고, 음원 플랫폼의 평가를 받는다.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는 불합격의 낙인이 찍힌다. 그러면 힘이 쭉 빠지고 매우 서운해진다. 하지만 애초에 꿈을 이루겠다는 강박이 없다면 타인의 긍정적인 평가를 목 빠지게 기다릴 일도, 불합격 딱지를 받을 일도 없다.

 


39p.

가끔 인터뷰를 하다보면 최종 목표나 꿈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사실 꿈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답하지는 않는다. 내 꿈은 굳이 안 이뤄도 되고 그냥 갖고만 있겠다는 건데, 내가 실제로 그것을 이루는지 못 이루는지 평가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진다. 꿈을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 누군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내 세상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이기적으로일한다

48p.

손님이 왕이라는 고릿적 말처럼, 식당의 음식은 손님의 입맛에 맞추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하지만 사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 손님에게도 이득이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맛있는 요리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일 테니까 말이다. 이 성공 비결을 곧바로 일에 적용했다. ‘남들이 봤을 때 뭐가 재미있을까?’라는 생각보다, 내가 시청에 시간을 투자해도 절대 아깝지 않을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생각하면 구성하는 11초가 아까워진다. 1분 이상 투자해서 시청자들이 볼 가치가 있는 이야기인지 그것에 편집의 기준을 둔다.

 


51p.

윗세대는 사회생활을 할 때 개인의 이기심은 나쁘고 숨겨야 하는 거라고만 말한다. 하지만 각각의 개인이 가진 이기심을 긍정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토의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팀원들은 자기가 원하는 목표나 이익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회사나 팀은 그것을 팀원의 성취감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좀 이기적으로 일하면 어떤가. 그로인해 새로운 대안이 나온다면 개이득인데.

 



#본업에충실히임한다

116p.

자신의 본업을 충실히 잘해내려면 다른 사람의 본업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 남의 일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미디어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에 여자 가수가 출연하면 여자에 방점을 찍는다. 엄마인 배우라면 엄마에 방점을 찍는다. 다이어트를 하는 모델이라면 다이어트에 방점을 찍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그들의 사회적 역할, 즉 본업에 있다. 여자인 가수라면 가수에 방점을 찍는 일이고, 엄마인 배우라면 배우에 방점을 찍는 일이고, 다이어트를 하는 모델이라면 모델에 방점을 찍는 일이다. (...) 그렇기 때문에 연출자가 본업인 나는 화면을 채울 때 출연자들의 본업에 방점을 찍으려 노력한다. 시청자가 이 방식에 더 익숙해질 때까지 해보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의 본업은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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