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거꾸로소크라테스 #이사카고타로 #소미미디어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어른들의 선입관을 깨부수기 위해 당돌한 계획을 펼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책이다. 교사가 반 아이들을 색안경 끼고 편애를 한다든지, 부모님들 스스로가 “저 아이의 부모님은 직업도 좋고 집도 잘 살아 보이니 잘 좀 지내봐”라고 자식들에게 말한다든지, 전학 온 반 아이가 알고 보니 전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이라는 소문이 돌자 태도가 변하는 아이들이라든지, 아주 고약한 선입관으로 인해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이를 바로잡고자 대담한 계획을 세우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걱정스러우면서도 응원하게 되었다.
지긋지긋한 어른들의 선입관에 당돌히 맞서는 소설 속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왠지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아이들이 맞서는 ‘어른들’은 사실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 독자이지 않을까. 우리도 저 소설 속 당돌한 아이들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왜 저 소설 속 ‘어른들’이 되어버린 걸까.
어떠한 색도 물들지 않은 아주 하얗고 순박했던 어린 시절에는 다 똑같이 코 흘리며 놀았지만, ‘선입관’이라는 색이 묻힌 어른들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으면서 이 세상 어떠한 것과도 서먹해지는 어른이 되는 것 같다.
나도 참 선입관 덩어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새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데 내가 일하려는 직종의 회사가 대부분 강남에 있다. 물론 우리 집 근처에도 회사가 몇 군데 있다. 마음 같아선 우리 집과 20분 거리인 곳으로 가고 싶지만, 아침저녁으로 지옥철을 불사하고서라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이른바 ‘큰 물’(?)인 서울로 직장을 구해야 할지 고민이다. 사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선입관이다. 서울에 있는 회사라고 해서 그곳이 나에게 빠른 성장을 안겨준다는 보장도 없고, ‘큰 물’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지저분한 ‘흙탕물’일 수도 있다. 집 근처 회사가 오히려 고요한 냇물 같아서 나의 성장을 도모해줄지도 모른다. 물론 또다시, 이 모든 것은 나의 선입관일 수도 있다.
눈치 보지 말고 좋아하는 걸 하라면서도 수중에 돈이 부족해지면 아, 그래도 돈 되는 직업을 선택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비싼 브랜드 따위. 하다가도 정작 물건을 살 때 브랜드를 따져 사게 되는 나라는 사람도 참... 사람을 바라볼 때만이라도 사회적 위치, 그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걸로 쉽게 비굴해지고 거만해지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도대체 이놈의 선입관은 언제부터 왜 생겨나게 된건지.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근래에 읽은 책들 중 나를 가장 요동치게 만든 소설이었다. 어른들의 얼굴을 당돌하게 올려다보며 선입관에 맞서 싸우는 소설 속 아이들의 존재가 아직 내 속 안에도 있기를.
#좋았던문장
25p-39p.
“우리는 남에게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더 신경을 쓰지. 넌 해골마크가 촌스럽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느낄 테고 다시는 그 옷을 못 입을 거야. 지금까지 여러 학교에 다녔지만 어디에든 있더라고. ‘그거 촌스럽다’는 둥 ‘이건 멋없다’는 둥 단정하며 잘난 척하는 녀석이.
그런데 그런 녀석들에게 지지 않는 방법이 있어.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해.’
그때 넌 이 말만큼은 꼭 해야 해.
차분하게 천천히, 상대방의 머릿속에 단단히 새겨지도록.
그러니까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지우개로 지우면서 반드시 말해야 해. 만약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더라도 속으로는 꼭 그렇게 말하는 거야.”
“속으로 생각만 해도 되는 거야?”
“그게 중요해. 남이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말을 절대로 그냥 받아들이면 안 돼.”
*이 책은 소미미디어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저의 서평입니다. *
딱 한 번 먹어본 적 있는 치즈가 떠올랐다. 냄새가 지독해서 상한 줄 알고 금방 뱉었다. 하지만 그 후에 엄마가 "그건 고급 치즈야"하고 가르쳐주자 별안간 그게 독특한 맛이로 느껴졌다. 알맹이는 변하지 않았는데도. 정보 때문에 맛이 달라졌다. - P131
"처음에 말했다시피 선생님은 여러분이 상대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해. 애당초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바로 알 수가 없거든. 상대를 얕보았는데 실은 무서운 사람일지도 몰라. 첫인상이나 이미지로 단정했다가는 큰코다치지.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든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하는 게 제일 좋아. 그렇지 않으면 상대가 자기 생각과는 다른 사람인걸 알았을 때 난처하고 민망해질 거야." - P1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