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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오히려 더 가족처럼 서로 위안을 느끼고 의지가 되는,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이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혈연관계나 법적으로 맺어진 관계만이 꼭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화하나 없이 충분한 정서 교류를 하지 못해 어색한 기류만이 흐르는 가족관계도 많고 차라리 남이 낫겠다는 가족관계도 있다. 이 책은 61살 할머니 나이가 된 ‘윌라’가 그동안 자신의 가족들에게서는 채울 수 없었던 텁텁한 마음을 어쩌다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생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젊은 여자 ‘드니즈’와 그의 아홉 살 난 딸 ‘셰릴’을 돌보기 위해 그들이 살고 있는 볼티모어에 가게 되면서 진정한 가족관계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주인공 ‘윌라’가 손찌검을 하는 어머니로 인해 혼란스러운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던 초등학생 시절인 1967년부터 대학생이 되어 한 남자와 결혼하고 두 아들을 낳고 마흔정도의 이른 나이에 남편을 사별해야 했던 1997년까지의 내용이 짧게 담겨있다.
2부부터는 언제나 자신을 필요로 할 것 같았던 두 아들 모두 독립시키고 ‘피터’라는 사람과 재혼을 했지만 무기력하게 느껴지던 노후를 보내고 있던 윌라에게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드니즈’와 ‘셰릴’을 도와주러 볼티모어에 가게 되면서 그녀의 쓸모없이 느껴 졌던 삶이 변화되는 내용을 다룬다. 볼티모어에서 서로를 가족처럼 대하는 괴짜 이웃들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드니즈’와 스스럼 없이 살갑게 구는 그녀의 딸 귀여운 ‘셰릴’과 함께 지내면서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따뜻함을 느낀다.
<클락댄스>는 퓰리처 상을 수상한 ‘앤 타일러’의 장편소설이다. 가족의 삶을 기록하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내는 데 뛰어난 작가인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사진을 다시 보는데 이상하게 이 책의 주인공, 61살 이 된 ‘윌라’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사진 속 작가의 따뜻한 웃음을 담고 있는 눈이, 전혀 도와줄 이유가 없는 ‘드니즈’와 그의 딸 ‘셰릴’을 도와주고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푸는 이 책의 주인공 ‘윌라’가 상상되었다.
윌라는 아들들이 집에서 나간 후에도 계속 엄마에게 연락을 할지 궁금했다. 두 아들이 어린 시절을 좋았다고 기억할까, 아니면 엄마를 향해 어떤 불만을 쌓아놓고 있는 건 아닐까? 윌라는 늘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는 언제나 ‘예측 가능한’ 엄마였다. 자식들이 엄마 기분이 어떤지 몰라서 노심초사하지 않게 하겠다고, 아침마다 방문을 살짝 열고 엄마의 기분을 살피며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게 하겠다고 윌라는 굳게 다짐했었다. - P110
셰릴이 말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어리지도 않아요. 보기보단 훨씬 어른스럽거든요." (...) 윌라는 셰릴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윌라도 어린 시절에 그런 감정을 느꼈었다. 조심스럽고 주의 깊은 어른이 어린아이의 몸속에 살고 있는 느낌. 그러나 나이가 든 지금은 모순되게도 성인이 된 어른의 얼굴 뒤에 열 한 살쯤 된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 P187
윌라는 슬며시 몸을 기울여 셰릴의 머리에서 나는 버터 팝콘 냄새를 깊이, 기분 좋게 들이마셨다. - P191
"할아버지 말이 맞아." 윌라가 말했다. "널 돌보는 특권을 위해 돈을 내야 했대도 난 기꺼이 냈을 거야."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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