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지금, 너에게 간다
박성진 / 북닻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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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1>

 

대구시에서는 시민들이 도시 철도를 더욱 쾌적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 재건 공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김 차장은 그 과정에서 의아한 점을 발견한다. 이렇게 큰 정부 사업에 검증이 안 된 신규 업체가 공사를 맡게 된 것이다. 신규 업체 측은 지하철 의자와 벽면, 바닥 등을 섬유강화 플라스틱과 폴리우레탄 코팅을 사용하여 배정된 예산보다 30~40% 저렴하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년 넘게 일해온 김차장이 보기에 이는 불이 나면 쉽게 옮겨붙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소재였다.

 

23p.

저기 천장에 먼지가 잔뜩 껴있지요. 저기 벽에는 테이프 자국들이 있고 사이사이에 찌든 때들이 있고요. 바닥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저기 의자는 더 심각합니다. 먼지가 잔뜩 쌓였고 세균들도 득실득실하죠. (...) 아무리 청소부들이 주기마다 닦고 청소를 한다고 해도 당연히 새로 갈아엎는 것보다 못한 건 맞지요. 그렇지만 어느 날, 이런 곳에 불씨가 하고 붙어도 큰 화염으로 안 번집니다. 아무리 먼지가 묻고 때가 껴도 유독 가스도 안 생깁니다. (...) 제가 하려는 말의 키포인트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복지가 과연 필요하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규업체 뒤로 비리가 줄줄이 얽혀있어 김차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줄거리<2>

 

젊은 작가상까지 수상하여 TV에 출연하는 스타 작가가 됐지만 노년이 된 지금, 몇 년째 병실에 누워 깨어나지 않는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남편, ‘묵현’. 병원에서는 매정하게도 밀린 입원료 8천만원을 갚을 것을 요구하며 병실을 비울 것을 요구한다. 묵현은 사정하며 이곳저곳 복지관을 들러보지만 그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때 장기매매 업자가 그에게 명함을 준다. 살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느냐고. 묵현은 여전히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눈물로 호소하며 아내를 놓아주고 아내의 장기를 팔아 밀린 입원료를 갚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행동에 삶의 의욕을 잃은 채 대전 지하철 재건 완료식 행사에 발걸음을 옮긴다.

 

줄거리<3>

 

소방관 수일은 잦은 사건과 출동으로 항상 애리와의 약속 시간에 늦고, 또 사랑에 서투르다보니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 한다. 애리는 소방관인 그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둘 사이에 오해가 쌓여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불길이 타오르는 화재 현장 속. 수일은 지하철에 갇힌 그녀에게 연락을 받고 필사적으로 구출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지독한 유독가스가 가득한 지하철 안에서 그들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평소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한다.

 

 

감상문

 

<지금, 너에게 간다>를 읽으면서 이게 사실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잘 가질 않았다. 대구 지하철 재건과 관련된 비리 가득한 신규업체는 우리 현실에 언제나 있을 법한 이야기고, 이를 반대하고 설득하지만, 금새 무력해질 수 밖에 없는 김차장도 우리 현실에 있을 법한 한 개인이다. 사회에서 도움받지 못해 결국 본인도 죽고 잘못된 행동을 하고 마는 묵현의 이야기도 어디든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소방대원 수일은 방금까지 내 옆에서 같이 웃고 떠든 동료가 (자신을 포함해서) 언제든 죽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편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한 소방관이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2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장소가 지하철만 아닐 뿐, 이러한 참사가 또 일어날 수 있는가? 사실 지나온 20여 년을 뒤돌아보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우리는 알 수 있다


기업도, 개인도 눈 한번 딱 감고 자신의 이익과 편의에 맞춰 한 행동들이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큰 불씨로 번질 수 있음을 안다. 범죄자를 옹호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범죄가 생겨난 그 배경에 우리 사회의 책임이 전혀 없을 순 없다는 것도 안다. 우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과 동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발 빠르게 달려와 주는 소방대원들에 대한 우리의 처우는 많이 개선되었을까? 달려와 준 구급대원에게 폭행을 하고, 심지어 취객에게 맞아서 구급대원이 숨졌다는 비인간적이고도 비상식적인 뉴스를 접하는 현실이다


<지금, 너에게 간다>는 결코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치부해버리기엔 우리 사회가 과연 많이 개선되었는지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비록 소설이지만 언제든 사회에 대한 분노로 수많은 희생을 만들 수도 있는 묵현과 같은 사람이 없도록 우리, 나 한 사람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사회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일부로라도 우리 스스로 찾고 도움을 줘야 사회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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